중 “한국전 발발의 유래는 다 알아”

관영언론들 ‘남침 인정’ 기고문…시진핑 발언 진화 나서

중국 차기 지도자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위대한 항미원조(한국전쟁 당시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 전쟁은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자, 중국이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신화통신>은 27일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임을 사실상 인정하는 내용의 인민해방군 고위 장성의 기고문을 나란히 게재했다. 인민해방군 국방대학 교수인 쉬옌 소장은 이 기고문에서 “최근 러시아 기밀자료가 공개됨으로써 조선전쟁(한국전쟁) 발발의 유래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 자료에 나타난 대로 김일성이 스탈린의 동의를 얻어 한국전쟁을 일으킨 점을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이 글은 하지만 “(남북한이) 한쪽에서는 ‘조국해방’을, 다른쪽에서는 ‘북진통일’을 외치는 형국에서는 누가 먼저 총성을 울렸느냐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전쟁 발발 뒤 미국이 참전하면서 안보위기를 맞은 중국이 인민지원군을 한반도에 보낸 것은 한국전쟁과 다른 ‘항미원조 전쟁’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래 지난 2005년에 발표된 이 글을 중국 관영언론이 다시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최근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발언이 한국, 미국 등에서 북한의 남침을 부인하는 것으로 해석돼 논란을 빚고 있는 데 대한 해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지난 25일 ‘항미원조 전쟁 참전 6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 참전 노병들을 초청한 행사에서, 중국의 참전은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며 “양국 인민과 군대가 흘린 피로 맺어진” 북중관계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앞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7일 “(한국전쟁이) 북한의 남침에 의한 전쟁이라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의 필립 크라울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시 부주석의 발언이 “옳은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면서 “돌아가서 역사책들의 먼지를 털어봐야겠다”고 반박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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