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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우리 아빠가 경찰 고위직이야” 뺑소니범 무한질주

등록 2010-11-18 21:02수정 2010-11-18 21:18

중국 민심 ‘법 위의 권력’에 뿔났다
외제차 몰고 도주…보안요원에 아버지 이름 들먹여
여학생 사망에 언론통제…누리꾼 분노에 ‘뒷북’ 구속
지난달 16일 밤 10시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 허베이대 교내. 20살의 첸샤오펑은 친구와 함께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있었다. 매점 앞을 지날 때쯤 폴크스바겐 승용차가 그들이 지나는 좁은 도로로 돌진해왔다.

차에 부딪힌 첸은 공중으로 붕 떴다가 바닥에 떨어졌고 두엔이라는 성만 알려진 그의 친구는 다리가 부러졌다. “충돌 직후 여학생들이 움직이지 않았어요. 주변에 피가 고여있었구요.” 사건을 목격한 한 대학생은 18일치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에 이렇게 말했다.

보안요원들이 캠퍼스의 문을 닫고 차의 도주를 막았지만 음주운전 중이었던 22살의 리퀴밍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 아빠가 리강이야!” 그는 보안요원들에게 바오딩시 베이시구 경찰 중에 두번째로 고위직에 있는 부친의 이름을 들이댔다.

가난한 농부의 딸인 첸은 다음날 숨졌다.

사람들의 분노를 우려한 중국 공안 검열부가 언론 보도를 막았지만, 모든 이들의 눈과 귀는 막지 못했다. 사건 목격자들이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 누리꾼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우리 아빠가 리강이야’는 중국 남자들이 설거지 하기 싫거나, 여자친구에게 잘 대해주지 못할 때 책임을 피하기 위해 들이대는 씁쓸한 조크가 됐다. 한 여성 네티즌은 ‘우리 아빠가 리강이야’를 이용해 중국 고전시를 짓자는 인터넷 콘테스트를 제안했다. 6000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지원했고, 한 누리꾼은 마오쩌둥의 시를 패러디한 작품을 올리기도 했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은 “이는 신문이나 텔레비전의 시대에는 효과적이었던 중국의 보도 통제 시스템이 인터넷 시대에 얼마나 고전하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사건 6일 만에 리강의 사죄 인터뷰와 그의 아들이 수감되는 장면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사회활동가인 아이웨이웨이는 숨진 첸의 부친 인터뷰를 인터넷에 올렸다. 첸의 부친은 “그들은 우리가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모든 구석에 불평등이 존재한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걱정없이 살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중국 공안이 해당 사이트를 차단하자 아이는 사이트를 옮겨가며 인터뷰를 올리고 있다.

지난 11일 첸의 가족들은 담당 변호사에게 “리강의 가족과 합의를 끝냈다”고 알려왔지만, 사람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허베이대 학생들은 이번 사건을 다루는 당국의 태도를 강하게 비난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한 학생은“나는 이 사건이 법적인 절차와 정의를 찾아가는지 끝까지 지켜볼 겁니다. 이를 통해서만 중국의 법이 바로 설 수 있고, 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 사라질 겁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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