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이 수여된 직후 “정치적 연극”이라는 원색적 비난을 내놨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류샤오보에 대한 시상은 “냉전적 정신상태”의 반영이라며 “노벨위원회는 세계 인민 다수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충분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또 “이런 정치적 연극은 중국적 사회주의의 길을 가는 우리 인민들의 결심과 자신감을 흔들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검열 강화에 많은 중국인들은 시상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하루를 보냈다. 9일부터 서구 언론의 누리집(홈페이지) 접속이 어려웠고, 류샤오보의 이름이 포함된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전송도 불가능했다.
베이징 시내에 있는 류샤오보의 아내 류샤의 집 입구는 이날 사복경찰들이 에워쌌다. 류샤는 남편이 수상자로 발표된 10월부터 가택연금돼 외부 연락이 끊긴 상태다. 중국 당국은 류샤오보를 지지하는 많은 반체제 인사들을 베이징 외부로 내보냈거나 감시중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시상식을 앞두고 중국은 급조한 ‘공자평화상’으로 맞불을 놨고, 정부와 관영언론들은 류샤오보와 노벨평화상위원회, 미국 등을 겨냥한 ‘총공세’에 나섰다.
9일 공자평화상 수상자 선정위원회는 첫 수상자로 롄잔 전 대만 부총통을 선정했다며 베이징에서 시상식을 열었다. 쩡위한이란 이름의 6살짜리 소녀가 나와 유리 트로피를 받았으나, 위원회는 소녀와 롄 전 부총통의 관계 등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롄잔 전 부총통의 사무실 쪽은 수상자 선정 사실은 물론 이런 상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주최 쪽은 처음에는 인터넷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으나, 어느 사이트에서 투표를 했느냐는 질문에 “기술적 문제로” 투표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중국 전문가들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서구의 ‘정치적 동기’가 작용했다고 분석한다고 관영 <차이나 데일리>가 10일 보도했다. <환구시보> 사설은 “중국의 진보는 노벨위원회가 거짓말을 했음을 증명할 것이며, 오늘의 시상식은 노벨위원회에 대한 역사의 심판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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