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젊은 어머니들이 이달 초 춘절 연휴 기간에 홍콩에서 수입 분유를 대량 구입해 가방에 담고 있다. <신콰이바오> 누리집
희석 우유에 가죽 삶아 넣어
놀란 부모들 홍콩분유 싹쓸이
쌀 10% 카드뮴 기준치 초과
주민들 ‘다리 풀리는 병’ 고통
놀란 부모들 홍콩분유 싹쓸이
쌀 10% 카드뮴 기준치 초과
주민들 ‘다리 풀리는 병’ 고통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한 중국 광시성 양숴현 주민 리원샹(84)은 100m도 제대로 걷지 못한다. 발과 종아리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파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병은 20년 전 퇴직해 고향에 돌아오면서 시작됐다. 마을에서 생산된 쌀이 오염된 것이 병의 원인이라고 그는 믿는다.
많은 주민들이 자신과 똑같은 병을 앓고 있고, 마을의 닭들은 껍질이 물컹한 달걀을 낳고 뼈가 부실한 송아지들이 계속 태어난다. 병원에서도 제대로 된 진단이나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주민들은 ‘다리가 풀리는 병’이라고만 부른다.
중국 경제주간지 <신세기> 최신호는 이들의 병이 마을 근처 아연과 납 광산에서 나온 카드뮴이 포함된 폐수와 관련돼 있다고 보도했다. 수십년 동안 광산에서 버린 폐수가 마을 주민들의 논으로 흘러들어 쌀을 통해 주민들의 몸에 축적됐다.
난징농업대 농업자원생태환경연구소의 판건싱 교수는 중국 전국 도시에서 유통되는 쌀 170종을 조사한 결과 10%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광산이 많고 공업이 발달한 남방지역은 훨씬 더 심각해, 장시·후난·광둥 등 남방지역에서는 60% 이상의 쌀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카드뮴이 검출됐다. 카드뮴에 오염된 쌀을 장기간 섭취하면 뼈가 약해지고 간이나 신장 질환이 발생한다.
카드뮴쌀과 함께 최근 중국을 흔드는 돌아온 피혁우유 공포는 중국인들의 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피혁우유’란 원가를 낮추려고 우유에 대량의 물을 타면서 단백질 수치가 떨어지는 것을 감추려고 가죽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첨가한 우유다. 버려진 가죽옷, 소파, 신발 등을 끓이고 분해해서 단백질을 추출하는데 제품을 만들 때 들어간 염색제와 화학물질 등이 녹아 나와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중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피혁우유는 2005년과 2009년에도 적발된 적 있기에, 지난 16일 농업부가 분유품질 조사에 멜라민 오염 분유와 함께 피혁우유도 조사하겠다고 밝히자 공포감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파문이 커지자 농업부는 이틀 뒤 “지난해에는 피혁우유가 새로 발견되지 않았으며 최근 조사에서 중국 우유의 품질은 양호하다”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지만 잇단 분유 문제는 중국 부모들의 가장 큰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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