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북…오바마 친서 없는듯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일정이 오는 26~27일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들은 카터 전 대통령이 이 기간에 북한을 방문해 북한 고위 인사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94년 제1차 북핵위기 때 북한을 방문해 당시 김일성 주석과 만나 전쟁 위기까지 치닫던 미국과 북한의 대결 분위기를 대화 국면으로 돌리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8월에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석방을 위해 방북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진 못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이번 방북 동안 김정일 위원장 또는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만날 일정이 잡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이후에도 북핵 외교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을 통해 교착된 남북대화와 북핵 6자회담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쪽에서는 이번 방북은 카터 전 대통령의 사적인 자격으로 이뤄지는 것이며, 어떤 공식적 메시지도 갖고 가는 게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방북에는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 전 노르웨이 총리 등 전직 국가수반 모임인 ‘엘더스 그룹’ 회원들도 동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남북대화, 6자회담과 관련된 논의가 눈에 띄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카터 대통령의 이번 방북을 통해 적어도 북한의 태도 변화 여부와 정세 전환의 가능성을 판단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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