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주택 개발, 2700가구 강제철거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벙칵 호숫가에서 평생을 살아온 리맘은 최근 강제철거로 집을 잃었다. 가족의 생계가 달린 식료품가게도 불도저에 깔려 사라져 버렸다.
중국의 ‘내몽골 오르도스훙쥔 투자그룹’이 거액을 투자해 호숫가의 빈민가를 고급주택단지로 개발하면서 리맘을 비롯해 호수 주변 2762가구가 강제철거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7일 보도했다.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있는 호수 주변에 가구당 64㎡의 땅을 달라고 요구하며 매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중국의 투자가 낙후된 경제를 살릴 기회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중국은 캄보디아의 최대 투자국으로 올해 1~7월 360개 프로젝트에 8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2008년 동남아시아 전체에 대한 중국의 투자와 맞먹는 금액이다. 중국과 캄보디아의 교역은 지난해 11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2.1% 급증했다.
그러나 캄보디아 정부가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한국 기업들에 대규모로 땅을 넘기고 있고, 이 땅이 고급주택, 광산, 농장으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지난해 3만여명이 토지에서 쫓겨났고 현재도 15만명이 철거 위기에 몰려 있다고 시민단체 주택권리태스크포스는 집계한다.
강제철거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는 경우는 드물다. 1970년대 170만명을 숨지게 한 크메르 루주 정권이 토지 사유를 금지하고 관련 법률 문서를 대부분 파괴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는 중국이 동남아에서 급격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주요 무대 가운데 하나다.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최근 여러 연설을 통해 중국의 투자를 높이 평가했다. 중국은 서구와 달리 까다로운 투자 조건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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