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국

‘도둑맞은’ 자금성

등록 2011-05-11 20:13

<도난당한 보물들>
한밤 청수전 뒷벽에 큰 구멍
홍콩 수집가 보물 7점 사라져
유물 도난 1987년 이후 처음
용의자 달아나…중국 ‘들썩’
명·청조 500여년간 24명의 황제가 살았고, 800여개의 건축물과 9000여개의 방에 10m 성벽과 50m 너비의 거대한 해자를 갖춘 미로 같은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현 고궁박물관). 그곳에서 일어난 한밤중 보물 도난사건으로 중국이 떠들썩하다.

8일 밤 자금성에서 순찰을 돌던 보안요원은 어둠 속에서 수상한 남자를 발견했다. 온몸에 붉은색이 묻어 있었는데, 자금성 벽에 칠해진 것과 같은 색이었다. 보안요원은 그를 엎드리도록 한 뒤 당직실에 보고 전화를 했다. 그 순간 엎드려 있던 남성이 갑자기 도망쳤다.

다음날 새벽, 박물관 직원들은 아침 순찰을 돌다 박물관 동쪽 재궁의 청수전 뒷벽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을 발견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전시대는 활짝 열려 있고, 9점의 보물은 사라진 뒤였다.

일부 인터넷 게시판 등에 ‘절대 내부소식. 고궁에 도둑이 들었다’는 글이 퍼지기 시작한 다음날인 11일, 고궁박물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도난사건을 확인했다. 도난당한 9점 가운데 2점은 사건 현장 주변에서 떨어진 채 발견됐으나, 훼손이 심해 원상복구는 어려운 상태이며, 나머지 7점은 범인이 가지고 사라졌다고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전했다.

사라진 보물들은 20세기 초 제작된 중국과 서양 스타일이 혼합된 화장품함, 손가방 등이며, 금·은과 각종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홍콩의 유력 금융인이자 골동품 수집가인 펑야오후이의 소장품이며 그의 개인박물관인 량이창박물관이 고궁박물관의 특별전시에 대여해준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는 명·청시대 가구와 보석함, 가방 등 130점이 전시되고 있다.

피해 금액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량이창박물관의 왕샤훙 관장은 <환구시보>에 “도난당한 금·은·보석이 상감된 서양식 화장품함은 가격을 낮게 잡아도 수천만위안(수십억원)은 될 것”이라며 “고궁박물관 전시라 도난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31만위안(5120만원)의 보험만 들어놓은 게 크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공안은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와 폐쇄회로 텔레비전 등을 근거로 27살의 한 남성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검거에 나섰다. 용의자는 관람 시간에 자금성에 들어와 숨어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보물을 훔친 것으로 보인다. 자금성은 박물관 개관 시간 외에는 모든 문을 닫아거는데다, 보안요원들이 항상 순찰하고 감시카메라와 경보기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 당시와 범인의 도주 동안 경보기는 울리지 않았다. 사건 발생 뒤 대규모 공안과 무장경찰이 자금성을 샅샅이 뒤지며 수색을 벌이고 있고, 궁전의 동쪽 부분은 관광객들의 통행이 금지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100만점 이상의 유물이 소장돼 있는 자금성에서 유물 도난 사건이 일어난 것은 1987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베이징/글 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사진 홍콩 <봉황위성티브이> 누리집 갈무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