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인도 감싸는 ‘진주목걸이’ 전략 구체화
중국의 이른바 ‘진주목걸이’ 전략의 핵심 거점인 파키스탄 남부 도시 과다르의 항구를 중국이 직접 운영하기로 파키스탄과 중국 간에 합의가 이뤄졌다. 오사마 빈라덴의 사살을 계기로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가 삐걱거리는 가운데, 중국-파키스탄, 미국-인도의 협력이 가속화되면서 남아시아 지역 패권을 놓고 신경전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아흐마드 무크타르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23일 과다르 항구의 운영권을 중국이 갖기로 합의했으며, 중국에 파키스탄 해군기지를 건설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합의가 지난주 유수프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뤄졌으며, 운영권을 넘겨줄 시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과다르 항구는 파키스탄 남서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아라비아만이나 걸프만이 만나는 요충지로 전략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한 파키스탄 관리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해군기지는 중국 군함이 정기적으로 방문하거나 정비를 하는 곳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과다르 항구의 건설에 2억4800만달러(2720억원)를 투자하고 있는데, 중국이 이 항구를 직접 관리하면서 군함까지 정박시키게 된다면 중국의 해군력이 인도양까지 미치게 된다. 중국이 아프리카와 중동으로부터 수입되는 석유 수송로를 확보하고, 미국의 대 중국 군사견제를 막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인도양 거점 지역인 미얀마,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의 항구 건설·개량에 돈을 대고 있는 이른바 진주목걸이 전략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남중국해에서 시작해 이 거점 지역을 이은 선이 동남아와 인도까지 둘러싸며 늘어진 목걸이 모양을 하고 있어서 진주목걸이란 별명이 붙었다.
중국은 항구 개발이 상업적인 목적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주변국은 거의 없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남아시아 안보 전문가인 라울 로이초우드리는 “이번 조처는 중국 국방안보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해군기지 건설은 중국의 군함과 잠수함에 영구적인 정박 권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걸프 지역에서 넘어오는 자국의 유조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정찰과 군사훈련을 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인도 뉴델리의 정책연구센터 브라마 첼라니 교수도 “과다르는 중국 진주목걸이 전략의 핵심지역이며 인도는 이제 양쪽에서 핵무기를 가진 국가의 압박에 둘러싸이게 됐다”며 “인도도 핵 억지력을 높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