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청펑 등 비공산당 후보 80여명 출마…유례없는 움직임
“항상 무릎 꿇고 있으면 일어선다는 것의 좋은 점을 알지 못한다.”
지난달 25일 중국의 유명 시사평론가이자 축구 전문 기자인 리청펑(44·사진)은 마이크로블로그인 웨이보에 도발적인 ‘선거 출사표’를 발표했다. “진정한 민심의 소리를 전달하겠다”며 쓰촨성 청두시 우허우구 인민대표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공산당이 독점해온 중국 정치판에서, 리청펑 같은 ‘독립 인민대표’ 후보들이 조용한 정치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선거가 허용된 구·현 단위 인민대표 선거에, 공산당 후보가 아닌 리청펑 같은 독립후보 80여명이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다.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는 매년 3월 모여 중국 공산당이 결정한 정책들을 심의·승인하지만, 전인대 대표들은 사실상 공산당 조직을 통해 선출되고 당의 정책에 무조건 찬성하는 ‘고무 도장’으로 불려 왔다. 중국 정치 시스템의 말단 조직인 기층 인민대표 선거에 이처럼 많은 독립후보들이 나선 것은 유례가 없다.
리청펑이 출마를 밝힌 뒤, 저명한 사회학자 위젠룽, 법학교수 허웨이팡, 작가 한한, 영화감독 펑샤오강, 변호사 천요우시 등 지식인들이 선거고문 등을 자임하며 그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지식인들이 결집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리청펑은 최근 <남방도시보> 인터뷰에서 “선거구 주민 한명 한명을 만나 의견을 듣고 그들을 선거에 참여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4억5천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활약하는 중국 인터넷은 독립후보들의 네티즌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선거운동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항저우에서 출마 의사를 밝힌 광고기업 임원 쉬옌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웨이보를 통해 나를 소개하면서 이미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받고 있다”며 “인민대표들은 유권자들을 만난 적도 없고 소통하지도 않는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약하지만 공산당 밖의 정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공산당 지도부는 고민스러운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전인대 법률공작위원회는 8일 “소위 인민대표 선거에서 ‘독립후보’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기층 인민대표는 정당, 인민단체 등이 추천한 대표후보, 혹은 정식대표후보만 있으며, 반드시 추천 절차에 따라 출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중국중앙텔레비전>(CCTV)가 9일 보도했다. 기층 인민대표 선거는 지난달 시작돼 내년 12월까지 중국 각 지역에서 실시된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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