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 거리.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연변일보 기자 “쓰레기차가 알림 소리로 쓰고 있다”
인터넷선 “분하다”-“문제 삼을일 아니다” 의견 갈려
인터넷선 “분하다”-“문제 삼을일 아니다” 의견 갈려
중국 정부가 ‘아리랑’을 중국의 국가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해 “아리랑을 중국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엔 쓰레기 수거 알림 소리로 쓰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연변일보> 기자인 박정일씨는 지난 14일 지린성 인터넷 매체인 ‘조선족 글로벌 네트워크’(조글로 미디어)에 “쓰레기차야 아리랑은 너희가 부를 노래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를 올렸다.
박씨는 “우리 민족의 가장 대표적인 전통가요가 요즘 연길(연변의 중심지) 쓰레기 수거차에 의해 연길시 곳곳에서 울려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연길시 신화가(거리 이름)에서 울려퍼지는 아리랑 노래가 어느 상가에서 울려나오는 음성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쓰레기수거차들의 쓰레기 수거용 음성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하남(연길시 지명), 삼꽃거리(거리 이름) 등에서도 아리랑이 쓰레기 수거 알림소리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이어 “지금은 더구나 관광 성수기여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연길을 찾고 있는 실정”이라며 “하필이면 쓰레기 수거용으로 선택하다니 어이 없는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웃을 때도‘아리랑’이고, 울면서도 ‘아리랑’”이라며 “이토록 사랑하는 노래가 쓰레기 수거용으로 불린다는 것은 우리 연변의 망신”이라고 썼다.
반면, 연변에 사는 한 중국동포는 21일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일부 지역에서 그렇게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소리가 주목도가 높아서 쓰는 것이지 문화적 비하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한인동포를 중심으로 인터넷에서 “분하다”는 쪽과 “별일 아니다”라는 쪽이 나뉘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아이디 ‘시골촌영감’은 중국 동포 커뮤니티 누리집 ‘모이자’에서 “의도적으로 우리 민족을 쓰레기에 비유한 것 아닌지”라며 분개했다. 아이디 ‘삼돌형’은 ‘조글로’에 올린 댓글에서 “아리랑은 어떤 사람이 어디서 불러야 정확한지 잘 모르겠다”며 쓰레기 수거인이 쓴다고 해서 문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권오성 기자 트위터 @5th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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