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고 다리 위 정차…10분 뒤 후행차가 들이받아
관리 ·3명 해임안전점검 지시…고속철 신뢰도 ‘흔들’
관리 ·3명 해임안전점검 지시…고속철 신뢰도 ‘흔들’
중국 1세대 고속열차인 둥처가 추돌로 인한 추락사고를 일으켜 적어도 43명이 사망하고 210여명이 다쳤다.
중국 <신화통신> 등은 23일 저녁 8시27분께 저장성 원저우 솽이 마을의 20m 높이의 고가다리 위에서 둥처간 추돌사고로 네 량의 객차가 다리 아래로 추락했다고 전했다. 사망자는 24일 현재 43명으로 집계됐으나 중상자가 많아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사고는 벼락에서 비롯됐지만 결국은 ‘인재’였다. 저장성 성도인 항저우에서 푸젠성 푸저우로 향하던 둥처 D3115호는 사고 직전에 벼락을 맞아 전력계통 고장으로 고가철교 위에 멈춰 서 있었다. 사고 소식을 미처 듣지 못한 베이징발 푸저우행 둥처 D301이 이 열차의 뒤를 들이받았고, 네 량의 차량이 다리 아래로 추락했다. 두 열차의 운행 간격은 10분이었다.
중국 당국은 장더장 부총리가 사고 현장에 24일 출동하고,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도 생존자 구출에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고 수습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상하이 고속철의 고위 관리 3명이 해임됐고, 고속철 안전에 대한 전면적 검토 지시도 나왔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세계 제일’을 자랑하며 국제특허 취득에 나서는 등 세계 고속철 산업을 공략하고 있는 중국 고속철에 대한 신뢰도가 의문에 봉착했다고 전했다.
둥처는 최신 고속열차보다는 조금 느리지만 일반 열차보다는 훨씬 빠른 1세대 고속열차로,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2007년 개통됐다. 최고 시속 250㎞ 정도로 중국 주요 도시를 잇는다. 다른 기종이라곤 하나, 한달 전 베이징~상하이 구간에 개통된 징후 고속철이 잇따라 고장사고를 일으킨 데 이어 터진 이번 사고는 중국 고속철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 고속철이 신칸센을 ‘베꼈다’고 주장해온 일본 언론들은 사고를 대서특필하며 “중국 정권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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