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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 고속철 ‘신호등만 보고 달렸다?’

등록 2011-07-28 21:10

철도국 “사고원인은 신호설비 결함”…원자바오 직접 사과
자동경보 미작동 등 의문 해소 안돼…유족들 극도 불신감
지난 23일 발생해 39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고속철 사고의 원인이 신호설비와 관제 시스템의 설계결함 탓이라는 정부의 잠정 분석 결과가 나왔다. 앞서 ‘벼락에 의한 천재’라는 초기 설명과는 다른 결론이 나옴에 따라 비판 여론은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신화통신>은 28일 안루성 상하이 철도국장의 말을 인용해 원저우 남역의 신호 설비 결함이 이번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벼락을 맞아 고장을 일으킨 신호 설비가 붉은 신호등을 켜야 할 구간에서 녹색 신호등을 켰다는 것이다. 그는 또 당직자가 신호등 고장 사실을 알아채지 못해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설비는 2009년부터 생산돼 현장에서 사용돼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사 결과는 사고의 가장 큰 미스테리인, 자동경보장치가 왜 작동하지 않았나는 의문은 전혀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최고 시속 250㎞로 달리는 고속철이 단순히 신호등에만 의지해 달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앞 차가 왜 서행했는지, 서행 사실은 왜 관제실로 알려지지 않았는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이런 조사 결과가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닌, 철도국장의 개인 인터뷰 형식으로 발표된 점도 의문거리다.

원자바오 총리는 이날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희생자들에게 사과하는 등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는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발전과 건설은 인민을 위한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민의 생명과 안전이란 점을 깨닫게 해줬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그는 또 사고의 원인과 사고 처리 과정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만약 조사 결과 배후에 부정부패의 문제가 발견된다면 법에 따라 엄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뒤늦게 현장을 방문한 것에 대해선 “최근에 병이 나 11일간 병상에 누워 있었고 오늘에서야 의사가 떠나는 것을 허락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병명을 밝히진 않았으나 평소에 비해 무척 수척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격앙된 감정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직도 많은 중국인은 사망자 숫자도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등 이번 사고에 대한 정부의 각종 발표 내용에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사고 원인에 대한 잠정 결론을 슬쩍 관영 언론에 흘린 것 이외에는 사망자 명단, 실종자 숫자 등 기본적인 정보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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