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선정 ‘환생’ 아닌 ‘선출’ 방식 검토” 밝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74)가 후계자를 현재의 ‘환생’ 방식이 아닌 선출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2일치 프랑스 일간 <르몽드> 인터뷰에서 카톨릭의 교황 선출처럼 비밀투표로 후대 달라이 라마를 뽑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후계자와 관련해 “아무것도 정해지지는 않았다”면서도, 달라이 라마를 티베트불교 성직자들의 선거로 정하는 게 “안정적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티베트불교에서 달라이 라마는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진다. 달라이 라마는 전대가 숨지면 티베트불교 고위 승려들이 호수에 비친다는 환영을 보고 찾아낸 아이를 그가 환생한 것으로 선언하는 방식으로 옹립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달라이 라마가 쓰던 물건이나 그의 측근을 알아보는지 등을 시험한다고 한다. 지금의 14대 달라이 라마도 3살 때 달라이 라마로 ‘확인’됐다.
이런 방식은 티베트인들에게는 달라이 라마의 정통성을 입증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외부에는 몽매한 전통으로 비치기도 한다. 과거 청대에는 후보군 가운데 추첨을 통해 달라이 라마를 선발하는 금병제가 실시되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는 한편으로는 “아주 어린 소년을 달라이 라마로 선언하지 말고 15년에서 20년을 지켜본 뒤 정하는 방법도 있다”며 큰 틀에서 현재의 방식을 고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여성으로 환생할 수도 있다면서 윤회에 대한 믿음이 여전함을 내비쳤다.
그는 또 지난 3월 티베트 망명정부의 정치지도자 지위에서 물러나는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어떤 나라를 독재자나 은둔자가 이끄는 것은 원시적”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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