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방해 우려한 지방관리, 민원인 불법구금 여전
지난달 4일, 중국 남동부 장쑤성 옌청시 주민 저우 아무개는 억울한 사연을 중앙정부에 고발하려고 베이징에 올라왔다. 사건을 접수하고 나오는 길에 낯선 남자들에게 납치된 그는 베이징 교외 창핑의 한 주택으로 끌려가 휴대전화와 신분증 등을 빼앗긴 채 나흘 동안 갇혀있다 풀려났다. 3개의 방에는 역시 강제로 끌려온 50~60명이 갇혀 있었고, 간수 10여명이 24시간 감시했다. 반항하던 이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는 모습도 목격했다.
억울한 사연을 ‘상팡’(上訪·상급 도시로 올라와 민원을 탄원하는 제도)하러 베이징으로 오는 수많은 민원인들을 가두는 중국의 불법 ‘검은 감옥’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고 <신경보> 등 중국 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
지방정부와 관련해 억울한 일을 당한 많은 중국인들이 중앙정부에 탄원하려고 상팡한다. 승진 등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한 지방정부 관리들은 이를 막기 위해 불법 ‘보안회사’들이 운영하는 ‘검은 감옥’에 의뢰해 민원인들을 불법 구금한다.
지난 3월 지방정부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러 왔다가 3일간 검은 감옥에 감금됐던 천훙셴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베이징 교외의 링샹 마을의 한 집에 20여명과 함께 갇혔다 풀려났다며, 지방 관리들이 자신을 붙잡고 있던 남자들에게 돈을 건네는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2008년 검은 감옥의 존재가 처음으로 폭로된 뒤에도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당시 이를 폭로했던 변호사 쉬즈융은 “중앙정부가 철저히 단속했다면 검은 감옥이 여전히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민원인들이 호소하려는 많은 문제들이 중국의 정치 시스템과 관련돼 있고, 정치 개혁이 없으면 이런 사연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상팡인 8명과 직접 만나 사연을 듣고 “농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적절한 보상을 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들의 민원조차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