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농민공 자녀 학교 ‘철거 철퇴’
외래인구 유입 통제 정책
개학코앞 3만명 망연자실
개학코앞 3만명 망연자실
개학을 기다리던 개구쟁이 아이가 폐허로 변해버린 학교 문 앞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섰다.(사진)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 둥성향의 신시왕(희망)실험학교, 800여명의 농민공 자녀들이 다니던 이 학교는 지난 10일 완전히 철거됐다.
베이징시 당국은 지난 6월 중순부터 농민공(농민 호구를 가지고 도시에 와 일하는 노동자)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들을 일제히 폐쇄하고 있다. 16일 <신경보>는 베이징시 다싱구, 차오양구, 하이뎬구에서 교육당국이 이미 농민공자녀학교 30곳을 폐쇄해 3만여명의 아이들이 개학을 앞두고 갈 학교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 학교들은 베이징 호적을 갖지 못해 정규학교에 다닐 수 없는 농민공 자녀를 위해 민간인들이 만든 사설학교다. 철거 이유는 이들 학교가 정식 학교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 베이징시 정규 초·중·고교 인가 기준은 교정 면적 1만5000㎡, 교사 면적 3600㎡ 이상으로 까다롭다. 형편이 빠듯한 농민공 자녀 학교들이 기준을 충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농민공 자녀 학교를 운영해온 교육자들은 최근 부쩍 강화된 베이징시의 외래 인구 유입 통제 정책이 학교 폐쇄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퇀허실험소학교의 양아무개 교장은 “농민공 학교를 10여년 동안 운영하면서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쫓겨나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절망한 한 농민공 학부모는 15일 철거된 신시왕실험학교 앞 도로에 누워 “우리도 베이징시를 위해 공헌했다”고 절규했다. 대부분 농민공 자녀들은 부모와 생이별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 당국은 정규학교에 편입하라는 말만 하고 있지만, 일용직·임시직 등으로 살아가는 농민공들이 자녀의 정규학교 입학에 필요한 임시거주증명서, 원거주지확인증, 취업증명서 제출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약 2억명의 농민공들은 저임금 노동력으로서 중국 경제 발전을 지탱해온 ‘숨은 공로자’들이지만, 도시 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임금, 복지 등에서 큰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사진 <신경보> 누리집 갈무리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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