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중국 총리
원자바오(사진) 중국 총리가 다시 외롭게 ‘정치개혁’의 깃발을 들었다.
원 총리는 13일 랴오닝성 다롄에서 개막한 하계 다보스 포럼에서 정치개혁을 강하게 호소했다. 특히 “(공산)당이 정치를 대신하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전 개혁적 성향의 후야오방 전 주석과 자오쯔양 전 공산당 총서기가 제기했던 ‘당정 분리’ 구상을 20년여 만에 다시 제기한 것이라고 홍콩 <명보>는 의미를 부여했다.
원 총리는 지난해 여름부터 여러 차례, 여러 장소에서 정치개혁을 주장해 왔으나,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발언한 적은 없었다. 관영 <신화통신>이 사이트를 통해 그의 정치개혁 발언을 생중계한 점도 이례적이다.
원 총리는 이날 오전 다보스 포럼 개막 연설에서 “중국이 결연히 체제의 장애를 돌파해내고, 권력이 과다집중되고 제약받지 않는 상황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에 진행된 기업가와의 대화에서 원 총리는 구체적으로 법치·사회공평·사법공정·인민의 민주권리 보장·부정부패 반대 등을 정치체제 개혁의 5대 요점으로 꼽았다.
그는 “집권당의 주요 임무는 헌법과 법률에 따르는 것”이라며 “당이 정치를 대신하는 상황을 바꿔야 하고, 권력의 절대화와 권력 과다 집중 현상을 변화시켜야 하며 이 임무는 덩샤오핑이 30년 전에 제기했지만 오늘날에는 더욱 긴박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공산당 조직이 정부보다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당이 정부 인사와 중요 정책을 모두 결정하는 현 상황을 개혁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선 회의론이 강하다. 중국 헌법학자 장주화는 <명보>에 “자꾸 빈말만 한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원 총리는 임기가 다 끝나가는 가운데 말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시사평론가 류루이사오는 “원 총리의 이번 연설은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일종의 묵계에 따른 것으로 ‘중국에 개혁 목소리가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공산당 고위층이 원 총리의 연설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동의하거나 실현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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