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산당 대회’ 앞두고
주룽지·리펑 잇단 대외활동
새지도부 영향력 행사 의도
주룽지·리펑 잇단 대외활동
새지도부 영향력 행사 의도
주룽지 중국 전 총리의 연설문집 출판에 이어 리펑 전 총리가 대학 개교 70주년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차기 지도부가 등장할 내년 18차 공산당 대회를 앞둔 민감한 ‘정치의 계절’에 원로 지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2일 헤이룽장대학 개교 70주년 축하행사에 리펑 전 총리가 축하메시지를 보냈다고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1988~1998년 총리를 역임하고 천안문사태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한 리펑 전 총리는 헤이룽장대학 출신이 아니고 옌안자연과학원에서 공부했으며, 그의 부인 주린이 헤이룽장대학 출신이다. 리 전 총리가 자신의 모교도 아닌 학교의 개교 축하 메시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최근 주룽지 전 총리의 연설문집에 쏟아진 큰 관심을 의식한 것이며, 내년 중국 지도부 교체에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홍콩 <명보>는 분석했다.
지난 9일 중국 인민출판사가 4권짜리 <주룽지연설실록>을 출판한 이후 ‘주룽지 열풍’도 계속되고 있다. 13일 <인민일보>는 한면 전체를 할애해 이 책을 소개하면서 주룽지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1993~2003년 주룽지가 부총리와 총리로 재임하면서 중요한 개혁을 실현해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틀을 만들었으며,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성공적 대응을 이끌었다는 내용이다. 이 책에는 부동산 급등, 개혁 부진에 대한 신랄한 비판 등이 담겨 있어 현 후진타오-원자바오 지도부의 정책에 대한 간접 비판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년 새 지도부 등장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원로 지도자들의 떠들썩한 행보는 새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복잡한 정치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지도자들은 퇴임 뒤 중요 정책 문서를 열람하고 주요 인사·정책 결정에 의견을 내면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로 정치’를 해왔지만, 연설문·회고록 출판이나 축하 메시지 등 공개 활동은 이례적이다. 리청 브루킹스연구소 주임은 최근 <이코노미스트>에 “전세대에 비해 카리스마가 약한 현 중국 지도부 내에서 파벌 정치와 다양한 이견 표출이 뚜렷해지고 원로들도 의견을 제시하려 하기 때문에 은퇴지도자들의 공개 행보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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