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길 막혀 고리사채 의존
원저우서 9월에만 25명 잠적
원저우서 9월에만 25명 잠적
중국 ‘시장경제의 발원지’로 꼽히는 저장성 원저우에서 중소기업 사장들의 ‘실종’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긴축정책으로 은행 대출길이 막힌 중소기업들이 연이율 100~200%의 고리 사채에 의존하다 갚지 못하게 되자 사장들이 해외 등으로 야반도주하는 사건이 번지고 있다. 올해 4월 이후 원저우에서 중소기업 사장 80여명이 사채를 갚지 못해 잠적하거나 자살했고, 9월 들어서만 해도 25건의 ‘야반도주’ 사건이 일어났다고 <경제참고보>가 보도했다. 9월 한달 동안 원저우의 공장 밀집지대인 룽완구 법원에 사채와 관련된 사건 190건이 접수됐다.
지난 21일 중국 최대 안경·선글라스 제조업체인 신타이그룹의 후푸린 회장이 도주한 사건은 상징적이다. 후 회장은 사채 시장에서 1억3000만위안 이상을 빌렸고 20억위안이 넘는 부채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27일에는 한 제화회사 사장이 4억위안의 고리대 빚을 갚지 못해 건물에서 떨어져 자살했다.
수출산업 중심의 민간 중소기업이 번성한 원저우에서 ‘고리대 위기’가 폭발한 것은 임금과 원자재 가격 급등, 세계 경제위기로 인한 수출 주문 감소, 중국 정부의 금융긴축 정책으로 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3중고에 처한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고리 사채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한 사채업자는 “중소기업 부채 중 은행에서 빌린 것은 30%, 사채 시장에서 빌린 고리대가 70%”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예고하는 신호가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원저우 일대의 야반도주 물결이 중소기업 전반의 도산 물결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으며, 금융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원저우중소기업지원회 저우더원 회장은 “은행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올해 말, 내년 초 춘절(설) 시기에 원저우 기업의 40%가 조업 중단 또는 도산할 것”이라는 음울한 전망을 내놨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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