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주석 연설, 삼민주의 대신 ‘민족부흥’ 강조
신해혁명 100돌을 맞아, 중국 공산당은 신해혁명이 내세운 민권(민주)주의 목표 대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부각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9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00돌 기념대회 연설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신해혁명 지도자인 쑨원(쑨중산)이 “민족의 위대한 영웅, 애국주의자”였다며, 중국 공산당이 신해혁명의 과제를 완수한 계승자라고 강조했다. 후 주석은 “공산당은 쑨중산 선생의 바람을 이어받아 분투한 끝에 인민이 주인이 되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성립하고 민족독립과 인민국가 수립의 역사적 임무를 달성했다”며 “모든 중화의 아들 딸들이 쑨중산의 정신에 부끄럽지 않도록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뤄내자”고 역설했다. 후 주석은 이날 연설 동안 ‘위대한 중화 민족의 부흥’을 수십차례나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1911년 10월10일 ‘우창 봉기’로 시작된 신해혁명은 청 제국을 무너뜨려 2000년 넘게 계속된 중국 황제제도를 끝내고 아시아 최초의 공화정을 세웠다. 쑨원은 혁명 이념으로 민족·민권·민생의 삼민주의를 내세웠다. 신해혁명 100돌이 다가오면서, 최근 일각에선 중국 공산당 일당통치체제를 겨냥해 삼민주의 가운데 민주공화정 실현을 강조한 민권주의가 실현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부각돼 공산당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했다. 쑨원의 손녀인 쑨수이팡 쑨원평화교육기금회 이사장은 <명보>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정권이 쑨중산의 삼민주의를 왜곡하고 우민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치학자인 쉬유위도 지난달 말 <비비시>(BBC) 방송 중국어판 기고에서 “중화민국(대만)에서는 곡절이 많았지만 헌정 공화제가 실현됐는데, 왜 공산당 치하에서는 불가능한가”라고 따졌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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