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부총리
“6자회담 위한 북의 긍정적 역할 평가” 도착 성명
김정일 예방 뒤 MB 면담…남·북 중재역할 기대
김정일 예방 뒤 MB 면담…남·북 중재역할 기대
중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 부총리가 23일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을 거쳐 한국을 방문하는 이례적인 한반도 순방에서 리 부총리의 ‘중재 외교’를 통해 펼쳐질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리 부총리는 이날 오후 전용기 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리 부총리는 평양 도착에 맞춰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중국은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한의 긍정적 노력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과정 진전과 지역 평화 유지에 기여하기 위한 건설적 역할을 지속하고 모든 관련 당사국과 함께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차기 2인자’인 리 부총리는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한반도 안정과 6자회담 재개 등에 대한 중국의 메시지를 전달한 뒤, 이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답변을 들고 한국에 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는 조율사 구실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리 부총리는 23~25일 북한을 방문한 뒤 25일 베이징으로 돌아왔다가 26~27일 한국을 방문한다.
제2차 북-미 고위급 대화와 맞물려 이뤄지는 이번 리 부총리의 방북이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중국 쪽은 강조한다. 왕쥔성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차이나 데일리>에 “리 부총리가 한반도 갈등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국, 중국 등 주요 당사국들이 활발한 역할을 하고 있어,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리 부총리는 북한에서 북·중 경협 등 양국간 현안도 진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북에는 천위안 중국개발은행 이사장, 류톄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등 경제 담당자들이 대거 동행했다.
중국은 리 부총리의 한반도 순방을 앞두고 한-중, 북-중 관계 사이의 균형잡기에도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22일 <신화통신>은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와 류훙차이 주북한 중국대사의 인터뷰를 같은 분량으로 나란히 실었다. 장 대사는 “한반도 정세가 완화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시점에서 리 부총리의 방한은 중대한 의의를 갖는다”고 말했고, 류 대사는 “북·중 양국이 긴밀한 의사소통과 협력을 유지하는 것은 한반도와 주변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리 부총리의 한국 방문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협상 개시 선언 등 중요한 진전이 나올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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