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주중 한국대사관 내 경제동 건물의 유리가 13일 오후 외부에서 날아든 쇠구슬에 맞아 깨져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제공
해경사망 갈등속 발생…수교뒤 첫 피격사건
교민피해 우려도…중 외교부 “매우 중시해”
공기총 쏜듯…방탄유리 깨졌지만 부상자 없어
교민피해 우려도…중 외교부 “매우 중시해”
공기총 쏜듯…방탄유리 깨졌지만 부상자 없어
중국 베이징의 한국대사관에 공기총 공격으로 추정되는 쇠구슬이 날아 들었다.
중국 선장에 의한 한국 해경 사망 사건으로 한-중간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라 이번 사건이 반한감정과 관련돼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로 문 연 주중 한국대사관이 공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오후 한국대사관 내 경제동 건물의 대형 방탄유리에 금이 가고 현장에서 직경 1㎝ 정도의 쇠구슬이 발견돼 중국 공안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중 한국대사관이 14일 밝혔다. 사건은 13일 낮 12시30분(현지시각)에서 1시30분 사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대사관은 몇시간 뒤 이를 발견하고 외부 공격에 의한 것으로 판단해 베이징 공안국에 신고했다. 공안은 곧바로 현장조사에 나섰으며 공기총탄으로 보이는 쇠구슬을 증거로 확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쇠구슬이 유리를 관통해 들어오지 않아 부상자는 없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유리를 관통했으면 위험한 상황이었겠지만, 일단 여러 발을 쏜 것은 아니어서 누구를 겨냥했다기보다는 불만 표출에 무게가 실린다”며 “한국 교민들의 신변 위협 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사관 쪽은 전 직원에게 신변 안전에 유의하도록 지시하고 사건 원인 규명을 위해 중국 외교부 등 관계 당국과 협의에 들어갔다.
중국 외교부의 류웨이민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피격사건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며 “한국대사관쪽이 중국의 관련 기관에 사건 내용을 통보해왔고 중국 당국이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사관 주변 경찰을 증원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 당국도 사건 수사에 집중하고 있지만, 단시일 안에 조사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범인이나 범행 동기 등을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지난 12일 한국 해경이 숨진 사건으로 중국에 대한 한국 국민의 감정이 악화하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중국 내 반한감정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13일에는 서울의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라이트 코리아, 대한민국고엽제전후회, 대한민국재경향우회 등의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이 규탄 집회를 벌이면서 중국 국기(오성홍기)를 불태우려 하고 승용차가 대사관으로 돌진하려 하는 장면이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중국에 보도됐다. 베이징 외교가의 소식통은 “국민들이 여론과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타국 국기를 불태우거나 군복을 입고 나서는 행동은 중국과 협상에 나서는 한국 정부의 협상 여지를 좁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 외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청사 보호 및 사건 원인 규명을 위해 중국 외교부 및 여타 관련 기관에 공한을 발송하고 신속한 조사와 그에 따른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박병수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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