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 우칸촌 수천명 공안과 사흘째 대치
촌 당간부들, 토지 팔아넘기고 70% 착복
농민대표 체포된 뒤 피투성이 주검 발견
당간부들 모두 축출 뒤 마을 ‘해방구’로
촌 당간부들, 토지 팔아넘기고 70% 착복
농민대표 체포된 뒤 피투성이 주검 발견
당간부들 모두 축출 뒤 마을 ‘해방구’로
중국 남부 광둥성 작은 마을의 ‘반란’이 유례없는 사태로 치닫고 있다.
광둥성 루펑시의 어촌마을 우칸촌 주민들은 지난 12일 정부 청사를 공격해 당 간부들과 공안을 마을에서 모두 쫓아낸 뒤, 죽창 등으로 무장하고 바리케이드를 친 채 마을을 봉쇄한 공안과 사흘째 대치중이라고 영국의 <텔레그래프>와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인구 2만명의 우칸촌에서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지난 9월. 마을의 당 간부들이 농민들에게 적절한 보상금을 주지 않고 호화별장을 개발하는 부동산 회사에 토지를 넘긴다는 소식에 주민 수천명이 시위에 나섰다. 주민들은 촌의 당 간부들이 10억위안을 받고 부동산 회사에 땅을 넘기고 이 중 70%를 착복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지방정부는 주민들이 대표 13명을 뽑아 당 간부들과 협상에 나서도록 했으나 협상은 결렬됐고, 지난 9일 경찰은 주민 대표들을 체포했다. 12일 지방정부는 구금된 주민대표 가운데 쉐진보(42)가 전날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쉐진보의 주검을 본 주민들은 그가 공안의 고문과 구타로 숨겼다고 분노하며, 당 간부들을 쫓아내고 다시 시위에 나섰다. 쉐진보의 딸 쉐젠완(21)은 <텔레그래프>에 “아버지의 입과 이마는 베인 상처와 멍투성이였고, 콧구멍은 피투성이였다. 갈비뼈와 손가락은 부러져 있었다”며 “그들은 아직도 주검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 간부들이 쫓겨난 마을은 ‘해방구’로 변했다. 주민 수천명은 14일 마을회관에 모여 “주검을 돌려달라, (구금된) 형제를 돌려달라, 우리 농지를 돌려달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공안 병력은 우칸촌으로 향하는 도로를 모두 봉쇄하고 마을을 포위한 채 식수와 식료품 공급을 차단하고 ‘항복’을 유도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중국에선 매년 18만여건의 이른바 ‘군체성 사건’(집단시위 사태)이 일어난다. 이 중 65% 이상이 지방정부의 토지 몰수와 매각에 대한 항의와 관련돼 있다. 하지만 우칸촌 사태처럼 3개월 동안 장기화하고 당·정부 조직을 모두 쫓아내버릴 정도의 강력한 저항은 유례가 없다.
우칸촌 사태는 중국의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회 불안의 상징적 축소판이다. 주민들은 1990년대 말부터 당 간부들이 마을 토지를 계속 팔아넘기며 막대한 부를 챙겨왔다고 분노한다. 명목상 선거가 있지만 우칸촌 간부들은 돈으로 직위를 매수해 30년 동안 마을을 지배했다. 경제전문지 <21세기 경제보도>는 우칸촌 간부들이 부동산 개발을 통해 막대한 부를 챙겨 별장에서 살고 자식들을 도시로 보내는 동안 일반 촌민들은 가난에 찌들었으며 각 가구가 지난 20년 동안 받은 배상금은 550위안(약 10만원)뿐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중국 내에서는 검열로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14일 밤 당 기율위원회가 우칸촌 간부를 규율 위반으로 쌍규처분(공산당 당적을 박탈하고 조사)했다고 <인민일보>가 15일 보도하는 등 당국도 사태를 매우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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