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미얀마 봉쇄정책’ 풀자 적극 대응나서
중국이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에게 20여년 만에 손을 내밀었다.
류웨이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리쥔화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가 수치를 만났다고 15일 확인했다. 류 대변인은 “수치가 여러 차례 중국쪽과 접촉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으며, 이번 만남은 그에 대한 응답”이라며 “중국은 상호존중과 내정 불간섭을 전제로 중국과의 우호협력을 지지하는 미얀마 각계 인사와의 교류를 전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면담 시기와 내용 등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 외교 실무 사령탑인 다이빙궈 국무위원도 메콩강 연안 국가회의 참석을 위해 19일 미얀마를 방문한다.
중국은 미얀마 군사정권을 전폭지지하면서, 야당 세력은 외면해 왔다. 1987~1991년 당시 청루이성 미얀마 주재 대사가 수치와 2차례 접촉한 이후 이번이 첫 만남이다.
이번 만남은 미국이 그동안의 봉쇄정책을 풀면서 미얀마에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에서,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는 중국의 중요한 정책 변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 1일 미얀마를 첫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수치와 테인 세인 대통령 등을 만났고, 수치에게는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등 힘을 실어줬다.
이처럼 급변하는 미얀마의 정치·외교적 변화 속에서 중국이 정부뿐 아니라 야당과도 접촉력을 넓혀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포석이다. 판훙웨이 샤먼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미얀마의 정치 상황이 변하고, 더 많은 정당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군부와만 대화하는) 전술이 효과를 내지 못하게 됐다”고 해석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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