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캐나다 총리 면담
일정 공개…과감한 행보
일정 공개…과감한 행보
‘심복’의 미국 망명시도설과 체포로 최대 정치적 위기에 몰린 중국 차기 지도부 후보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가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만났다. 건재를 과시하면서 중앙정부와 협상을 통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보 서기의 승부수로 해석된다.
보시라이 서기는 11일 저녁 충칭을 방문한 하퍼 총리와 만나 캐나다의 투자와 충칭의 경제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보 서기는 이 자리에서 느긋하고 활력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명보>는 전했다.
‘범죄와의 전쟁’을 지휘했던 보시라이의 최측근인 왕리쥔 충칭 부시장이 지난주 미국영사관에 들어가 24시간 이상 머문 뒤 베이징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보 서기는 윈난성 방문 일정을 공개하는 등 과감한 대외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건이 터지기 전 이번 면담을 잡은 하퍼 총리는 정치적 스캔들의 ‘난감한’ 조연이 됐다. 하퍼 총리는 10일 광둥성을 방문해 보시라이의 최대 라이벌인 왕양 광둥성 당서기를 만난 뒤 다음날 보 서기를 만나게 됐다.
왕리쥔이 ‘생존을 위한 정치적 도박’을 벌이면서, 차기 중국 지도부 후보와 미국까지 얽혀든 중국 건국 이래 유례 없는 기묘한 정치 스캔들이 진행중이다. 홍콩의 정치분석가 라우위시우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보시라이는 베이징의 최고지도자들과 왕리쥔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논의중이며, 보시라이의 정치적 운명은 그 다음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치판 충칭 시장이 지난 10일 저녁 급거 베이징에 올라온 모습이 공항 등에서 목격돼, 중앙정부에 이번 사건을 해명하고 사태 해결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웨이보 등 중국 인터넷에선 왕리쥔 사건을 둘러싼 소식들이 거의 검열을 받지 않고 확산되고 있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당 내 일부 세력이 보시라이에 대한 공격을 허용하고 있다는 정치적 신호로 해석한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