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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시진핑의 메시지 ‘핵심이익서 손떼라’

등록 2012-02-19 21:08

주권·영토·안보 불간섭 요구
미국에 단호한 뜻 담아 전달
오바마는 “규칙 지켜야” 반격
‘전략적 경쟁자’로 변화 시사
향후 10년간 미-중 관계의 시금석으로 평가받는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미국 방문(14~17일)은 ‘핵심 이익’이란 말로 정리된다. 시 부주석은 방미 이틀째인 14일 조 바이든 부통령과 회담과 양국 인사들과의 오찬 연설에서 양국은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 이익이란 외국이 중국과의 대화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시 부주석은 미국은 대만과 티베트의 독립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대해야만 한다고 직접 강조하기도 했다. ‘핵심 이익’이란 중국의 주권과 영토, 그리고 안보를 지칭한다. 핵심이익이란 말이 최근 몇년 동안 양국의 외교 대화에서 표준어가 된 것은 중국이 그만큼 핵심 이익이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베트남 전쟁은 중국이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는가 좋은 예이다. 1979년 2월17일 중국 인민해방군은 베트남에 전면적 침공을 시작했다. 최대 40만 병력까지 동원한 인민해방군은 접경 지역 베트남 3개성의 주요 도시를 장악하고, 하노이를 위협하는 길목까지 침공했다. 그리고, 29일만에 전면적인 철수로 전쟁을 종료했다. 중국의 침공 규모는 한국전쟁 참전 때와 비슷해 충격을 주었다.

중-베트남 전쟁, 아니 중국의 베트남 침공은 2차대전 이후 가장 논란 많은 전쟁이다. 불과 5년 전 미국과 싸웠던 베트남을 전폭 지원했던 중국이 그 베트남을 침공한데다, 강대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제3세계를 옹호한다는 자신의 국제적 명분을 배반했기 때문이다. 군사적으로도 망신을 당했다. 한 달간의 전투에서 인민해방군 사망자가 15년간의 베트남전 미군 사망자와 맞먹을 정도로 고전했다. 중국이 소련과 미국에 대해 조롱하던 ‘종이 호랑이’가 바로 자신들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는 외부의 통념은 중국의 전략을 오해한 것이다. 이 전쟁 직후 화궈펑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우리는 결국 호랑이의 엉덩이를 만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련을 겨냥한 말이다. 그 전쟁은 소련의 지원을 업은 베트남의 인도차이나 반도 패권 장악을 저지하기 위한 것임이 일반적 분석이다. 중국은 서너수 더 나아갔다. 중국은 대중국 봉쇄와 포위망을 최고로 옥죄던 소련에 ‘선제공격’을 한 것이고, 소련은 속절없이 당했다고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출간된 그의 저서 <중국 이야기>에서 밝힌다.

당시 소련은 중-소 국경지대에 병력을 집결하고, 서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에 친소정권을 세우고, 베트남과는 우호조약을 체결해 캄란만 해군기지 사용도 눈 앞에 있었다. 그리고 베트남은 1978년 12월 캄보디아를 침공해, 친중국인 크메르루즈 정권을 전복하고 친베트남 정권을 수립했다. 베트남이 꿈꾸던 ‘인도차이나연방국’이 눈 앞에 다가온 듯한데다, 소련은 중국의 앞바다라 할 수 있는 남중국해의 제해권까지 위협하고 있었다.

당시 1979년 2월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역사적인 미국 방문에서 귀국한 지 2주만에 베트남 침공을 단행했다. 그는 미국 방문 때 베트남 침공을 고지했다. 베트남전에서 맞섰던 중-미가 이번에는 베트남 침공을 매개로 소련을 협공한 것이다. 소련 견제라는 미-중 화해의 본래 목적은 이 시점에서 최고로 충족됐고, 이는 결국 소련의 붕괴를 당긴 첫 방아쇠일 수도 있다고 키신저는 분석했다.

중국의 전격적인 베트남 침공에 소련은 개입하지 못했고, 이는 소련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해 무리한 아프간 침공으로 내몰려 붕괴로까지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키신저는 중국이 건국 이후 자신들보다 힘이 센 상대 등에 맞서 ‘선제공격’이란 억제력을 구사해왔다고 지적한다. 마오쩌둥 전 주석의 선제공격이란 “군사적으로 한 방을 먼저 먹이는 것이라기 보다는 심리적 균형을 깨트리는 것이요, 적을 패주시키는 것이라기 보다는 위험에 대한 자신의 계산법을 바꾸는 것”이다.

한국전쟁 참전, 대만의 금문도를 폭격한 1950년대 대만해협 위기, 1962년 중-인도 국경 전쟁, 1970년 전후 우수리강에서의 중-소 충돌, 중-베트남 전쟁 등은 중국의 기습공격과 그 뒤를 따르는 정치적 국면이란 특징을 공유한다. 미국과 소련 등 우월한 상대에게 허를 찌르는 전격적인 공격을 가해, “심리적인 대등감을 회복하면, 중국인들의 눈에 억제는 제대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방어적 행위라고 간주되는 것이 외부 세계에서는 공격적인 것으로 취급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는 중국이 주권과 안보 위협 가능성에 단호하고도 선제적인 대응을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소련의 붕괴까지 배태한 미-중 화해와 협력이 4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이제 미국에게 핵심이익을 존중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과거 중국이 소련에게 말했던 것과 비슷한 톤이다.

중국과 화해가 배경인 1969년 닉슨독트린 이후 아시아에서 방어선을 축소해왔던 미국은 지난해 베트남 캄란만 기지에 해군 함정 방문, 필리핀과 군사동맹 재확인과 병력 증파 및 기지 사용, 오스트레일리아 최북단 다윈에 미 해병 주둔을 발표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이 유일한 우방이던 미얀마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50년만에 방문해 양국 수교의 손짓을 했다. 미국은 2010년 아세안지역포럼(ARF)부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동남아 국가들의 손을 들어주며 개입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중-베트남 전쟁을 배태했던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은 ‘핵심 이익’을 말했던 그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동일한 규칙을 바탕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는 오바마가 지난해 하와이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에게 일갈했던 ‘규칙을 지키라’는 말과 동의어다. 중국은 ‘핵심 이익’을 존중하라고 하나, 미국은 무역질서나 인권 등의 ‘규칙이나 지키라’고 대꾸하는 것이다.

1971년 헨리 키신저의 역사적 방중 이후 미-중 관계는 소련을 무너뜨리고 냉전을 종식한 전략적 협력 관계였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말로 공식화됐다. 하지만, ‘핵심 이익 존중’과 ‘규칙 존중’ 사이에서 양국 관계는 이미 거대한 선회를 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경쟁적 동반자’로, 아니 ‘전략적 경쟁자’로. 중국은 위협받는다고 생각하는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이제 어떻게 대응할까?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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