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하락 증거” 지적
중국의 지난달 무역적자가 사실상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기둔화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우려와 함께 정부가 긴축정책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커지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10일 2월의 무역적자가 314억8000만달러로 기록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애초 예상치였던 85억달러를 훨씬 넘어선 수치로, 적어도 1989년 이래 월간 무역적자 폭으로는 최대치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9년 이전엔 중국의 경제규모가 훨씬 작아 이 정도 규모의 적자가 나올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적자폭이 사실상 사상 최대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적자폭이 이렇게 커진 가장 큰 이유는 2월에 음력설인 춘절이 있어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월 수입은 전년에 비해 39.6%나 급증했다. 반면 수출은 18.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9일 발표된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적자가 일시적인 수입 급증 탓이라기보다는 중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에 빠지는 증거라는 풀이도 있다. 1~2월 중국의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11.4% 증가해, 2009년 7월 이후 최저 증가폭을 기록했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안 좋아지자 물가상승 압력은 줄어들고 있다. 9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2% 올라 201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결과는 중국이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에 앞서 배포한 정부공작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를 7.5%로 낮춘 것과 함께 중국 경제의 하락세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2005년 이후 줄곧 성장률 목표를 8%로 제시해 왔고, 이번에 8년 만에 하향조정한 것이다. 홍콩 미즈호증권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선 젠광은 “물가상승이 억제되고 경제활동이 위축됨에 따라 적자 규모는 계속 커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호재로 받아들이는 움직임도 보인다. 경제성장이 생각만큼 이뤄지지 않고 물가상승률도 낮게 유지되고 있어 중국 정부가 긴축정책을 폐지할 발판이 마련됐다는 시각이다. <뉴욕타임스>는 무역적자와 물가상승 완화는 중국 지도자들에게 금리를 낮춰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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