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폐막회견서 3시간 파격 발언
“당, 지도체제 개혁 못하면 역사 비극 다시 일어날수도”
작심한듯 3시간 격정 토로
보시라이 충칭 당서기도 비판
“왕리쥔사건 법에 따라 처리” “정치개혁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문화대혁명 같은 역사의 비극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표정에선 비장함과 결의가 느껴졌다. 한마디 한마디엔 힘이 실렸다. 이날 회견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중국 지도자들이 공개 석상에서 논의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던 ‘문화대혁명’을 총리가 직접 거론했고, 진행자가 마무리하려 하자 “질문을 더 받겠다”고 자청하기까지 했다. 회견은 3시간 넘게 생중계됐다. 매년 중국의 의회 격인 전인대의 폐막일엔 총리의 기자회견이 열린다. 2003년 취임해 내년 전인대에서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그로선 이번이 ‘전인대 고별 기자회견’이었다. 2010년부터 지도부 내에서 유일하게 정치개혁 목소리를 높여온 원 총리는 작심하고 마지막 무대를 준비한 듯했다. 그는 “내가 정치개혁을 중시하는 이유는 책임감 때문”이라며 “(문화대혁명 주모자) 4인방을 분쇄한 뒤 개혁개방을 실시했지만, 문화대혁명의 잘못과 봉건적 영향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당과 국가 지도체제의 개혁”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원 총리는 공산당 일당집권을 유지하되 공산당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고 국민의 감독권을 강화할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현재 개혁은 완고한 적을 공격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다”며 “책임감이 있는 당원과 지도자는 긴박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가을 등장할 ‘시진핑 체제’의 새 통치 이념을 둘러싸고 좌-우파의 치열한 노선투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그는 이날 좌파에 맞서는 ‘고독한 무사’처럼 보였다. 마오쩌둥과 문화대혁명(1966~1976)에 대한 평가는 중국 좌-우파 간 가장 민감한 쟁점 중 하나다. 좌파는 국가와 당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마오쩌둥 시기의 유산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혁명가요 부르기 등 문화대혁명을 닮은 홍색 캠페인과 좌파적 정책을 추진해 정치 스타가 됐고, 차기 지도부 진입이 유력시되던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는 지난달 최측근인 왕리쥔이 미국영사관에 망명을 시도하는 사건에 휘말렸다. 원 총리는 이날 “현재 충칭시 당위원회와 시정부는 반드시 반성하고 ‘왕리쥔 사건’에서 진지하게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사실상 보시라이 서기를 비판했다. 아울러 “왕리쥔 사건은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고 그 결과를 인민에게 반드시 밝히겠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자가 이번 사건에 대해 이처럼 분명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발언이 집단 지도체제의 합의된 의견이라면 보시라이의 차기 지도부 합류는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꾸로 왕리쥔 사건을 ‘개인적 사건’으로 축소해 마무리하려는 일부 움직임에 대한 원 총리의 강력한 경고로도 읽을 수 있다. 물밑에서 진행중인 심각한 권력투쟁의 단면을 드러냈다는 의미다. 원 총리는 천안문 민주화시위 당시 학생들을 두둔했다는 이유로 실각해 가택연금을 당했다가 숨진 자오쯔양 전 총서기의 비서였다. 지난해 10월 톈진의 모교에서 강연하면서, 지식인이었던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마오쩌둥 시기에 정치적 박해로 큰 고통을 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력 서열 3위지만, 공산당내 태자당, 상하이방, 공청단 등 파벌에 속하지 않는다. 그의 고독한 정치개혁 주장에 대해 다른 지도자들은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회의론을 두고 그는 이날 “사람들이 내 말보다 내 실천을 보고 싶어하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마지막 숨이 남아 있는 순간까지 분투하겠다”고 선언했다. ‘서민의 총리’로 불리는 원 총리에겐 역설적이게도 가족의 특권 논란이 아킬레스건이다. 그의 부인인 장페이리는 보석·금융업계의 큰손으로 알려져 있으며, 41살의 아들 원윈쑹은 최근 거대 국유기업 중국위성통신(CSC)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사리를 도모한 적이 없으며, 역사만이 나를 알아줄 수도 벌할 수도 있다”고 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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