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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국 민주화운동 상징 팡리즈 타계

등록 2012-04-08 20:39

물리학자 출신 반체제 인사
천안문 시위 배후인물 지목
90년 미국망명 뒤 교수생활
“인권·민주주의 갈망 일깨운
천안문 세대의 정신적 지주”
팡리즈(사진), 중국을 대표하는 저명한 천체물리학자이자 공산주의자였던 그는 1980년대 중국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체제 인사의 상징이 됐다. 천안문 시위가 유혈 진압된 뒤 중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천안문 세대’의 마음 속에 정신적 지주로 남았다.

팡리즈가 망명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6일 76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그의 가족과 지인들이 7일 밝혔다.

팡리즈의 인생에는 중국 현대사의 곡절과 그 속에서 당의 노선에 얽매이지 않으려 애쓴 한 인간의 모습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다. 1952년 베이징대에 입학해 물리학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인 그는 졸업 뒤 연구원이 됐지만 마오쩌둥이 벌인 반우파투쟁 당시 공산당에서 쫓겨났다. 당이 과학연구에 개입하는 것을 비판하는 에세이를 썼다는 죄목이었다.

문화대혁명 당시에는 다시 박해를 받아 감옥에 갇혔고 안후이성 농촌으로 하방됐다. 1976년 마오쩌둥 사후 복권된 그는 해외 학계에서 저명한 학자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 시기부터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공산주의 체제의 문제에 대한 글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개혁개방의 열기에 휩싸여 있던 1986년 12월, 안후이성 허페이의 중국과학기술대학(과기대) 학생들이 비민주적인 인민대표 선거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당시 중국과기대 부총장이었던 팡리즈는 학생들을 향해 “민주는 아래로부터 쟁취하는 것이지, 위에서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이 발언에 환호한 학생들은 다음날 성 정부 청사까지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고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 시위대의 물결이 번졌다. 다음해 1월 당시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공개적으로 팡리즈를 비판했고, 팡리즈는 당적과 부총장직을 박탈당했다.

1989년 1월6일 팡리즈는 덩샤오핑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감옥에 있는 민주화 인사들을 석방하도록 촉구했다. 그해 4월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 시위가 시작됐을 때, 팡리즈는 시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당국은 그를 시위의 배후인물로 지목했다. 6월4일 탱크를 앞세운 인민해방군이 시위대를 유혈진압하자, 다음날 팡리즈는 아내와 함께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해 망명을 요청했다.

팡리즈의 신병 처리를 둘러싸고 13개월간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줄다리기가 계속됐고,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베이징에 와 덩샤오핑과 직접 담판하기도 했다. 1990년 6월 결국 중국 당국은 팡리즈 부부가 중국을 떠나도록 허용했다. 이후 팡리즈는 미국에서 애리조나대 물리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국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발언과 활동을 계속했다.

천안문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였던 왕단은 “팡리즈는 1989년 세대에게 영감을 주었고, 인권과 민주에 대한 갈망을 일깨웠다”며 “어떤 말로도 내 슬픔을 다 표현할 수 없다”는 애도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천안문 시위 재평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팡리즈의 죽음은 ‘조용한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원자바오 총리가 중국 지도부 내에서 천안문 시위 재평가를 촉구해왔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중국 당국이 망명중인 시위 지도자들의 귀국 허용을 검토중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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