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공산당, 모든 공직 박탈…부인은 살인 혐의로 체포
전 측근 왕리쥔이 ‘증거’ 내놓은듯…정치적 사망 선고
전 측근 왕리쥔이 ‘증거’ 내놓은듯…정치적 사망 선고
10일 밤 11시(한국시각 11일 0시),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중국 차기 지도부의 유력 후보였던 보시라이 전 충칭 당서기의 당직이 정지되고 그의 아내 구카이라이가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는 보도를 하면서, 중국이 충격과 긴장에 휩싸였다.
태자당의 황태자였던 보시라이의 정치적 야망에서 시작된 드라마는 측근인 왕리쥔 전 충칭 공안국장의 미국 망명 시도, 변호사인 아내의 영국인 사업가 독살, 지도부의 권력투쟁이 얽히며 중국 공산당 역사상 유례없는 최대 정치 스캔들로 변해가고 있다.
<중국중앙텔레비전>은 11일 온종일 주요 뉴스 시간마다 톱뉴스로 “중국 공산당 중앙은 보시라이 동지가 당 기율을 심각하게 위반한 데 대해 그의 중앙정치국 위원과 중앙위원 직무를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조사중”이라는 공식 발표를 반복해 내보내고 있다. 직무정지라고만 했지만 사실상 ‘박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어 “왕리쥔이 보고한 영국인 닐 헤이우드 사망 사건을 공안기관이 재조사한 결과, 헤이우드가 타살됐다는 증거가 있으며, 보시라이의 아내 구카이라이와 비서인 장샤오쥔이 고의 살인 혐의로 사법기관에 이송됐다”고 전했다. “구카이라이와 그 아들은 헤이우드와 관계가 매우 친밀했으나 이후 경제적 이익 문제로 갈등이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올가을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중국 지도부가 보시라이에게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리기로 일단 합의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후 보시라이에 대한 조사와 처리 방안을 둘러싸고 파벌 간의 막후 ‘거래’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보시라이의 최측근이었던 왕리쥔 전 충칭 공안국장이 미국 망명을 시도한 뒤, 당국의 조사에서 보시라이에게 불리한 결정적 증거들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발표에서도 확인됐다. 보시라이 일가와 긴밀한 관계였던 영국 사업가 헤이우드가 지난해 11월15일 충칭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왕리쥔은 구카이라이가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시라이가 자신을 제거할 것이라는 위협을 느낀 왕리쥔은 청두의 미국영사관에 진입해 망명을 요구하며 30시간 넘게 머물면서 헤이우드 사건을 비롯해 중국 지도부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보시라이의 운명’은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중국 지도부가 ‘보시라이 동지’라고 표현한 것은 아직 그의 당적은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보시라이가 어떤 기율을 위반했는지, 헤이우드 살인 사건에 연루됐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대대적인 ‘범죄와의 전쟁’과 혁명가요 부르기 캠페인을 통해 전국적으로 명성을 구축하면서 이를 이용해 차기 권력을 쥐려는 도박을 벌였다. 그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된 뒤 차기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을 위협하며 실권을 장악하려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는 헤이우드 사망 사건 이전부터 보시라이와 왕리쥔에 대해 조사를 해왔다고 <뉴욕 타임스>가 공산당 고위층과 관계된 소식통을 이용해 전했다.
1949년 건국 이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번 정치 스캔들은 차기 지도부 구성을 향한 경쟁 구도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권이 커진 것으로 보이나, 보시라이를 지원해온 보수파의 반발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로 절대 지도자의 결정이 아닌 합의로 진행되는 이번 권력 교체를 둘러싼 포연은 여전히 자욱하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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