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스캔들, 권력투쟁 2막 비화
베이징서 모습 드러낸 장쩌민
보 사건 처리·차기 구성에
‘영향력 과시’ 계산된 행보 칼 벼르는 공청단파
상하이방 핵심 저우 조사
친 보쪽 대대적 숙청 나서 예측불허 치열한 다툼
상하이방·태자당 vs 공청단
상무위·자원 배분 쟁탈전 ‘보시라이 정치 폭풍’에 휩싸인 중국 베이징에 장쩌민(85) 전 국가주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쩌민 전 주석은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을 만났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지난 주말 보도했다. 공산당 내 주요 파벌인 ‘상하이방’의 거두이자 중국 정치 막후에서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해 ‘태상왕’으로 불리는 장 전 주석이 보시라이 사건 처리와 차기 지도부 구성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고도의 계산된 행보로 보인다. 그는 주로 상하이에 머물러 왔고 베이징에서의 공개적 행보는 이례적이다. 그가 지지했던 보시라이 전 충칭 당서기는 최근 끝없이 추락중이다. 모든 당직을 뺏긴 채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고, 아내 구카이라이는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독살 혐의로 체포됐다. ‘태자당의 스타’였던 보시라이는 야망, 음모, 권력투쟁, 부정부패, 살인이 얽힌 초특급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보시라이 사건의 본질에는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권력투쟁, 보시라이의 독단적 정치 스타일, 좌우파 노선 투쟁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현재 중국 공산당의 권력구도는 상하이방-태자당 연합과 후진타오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공청단파가 영향력과 정책 노선 등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1당 2파벌 체제’다. 특히 올해 말 10년 만의 지도부 교체가 예정된 민감한 시기에, 보시라이라는 야심가는 변수로 등장했다. 그는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차지하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후진타오 주석 등 최고 지도부의 통화까지 도청한 것으로 알려졌고, 고문을 동원한 ‘범죄와의 전쟁’에서 기업가들의 재산을 약탈해 국외로 빼돌렸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그는 서남부 충칭에 자신의 ‘독립왕국’을 세운 듯 행동해 ‘서남왕’이란 비판도 받았다. 후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는 오랫동안 보시라이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보시라이의 최측근이던 왕리쥔 전 충칭 공안국장이 2월6일 미국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시도한 ‘우연한 사건’이 계기가 됐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보시라이와 왕리쥔, 구카이라이에 대한 비밀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권력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번 사태는 천안문 민주화시위 유혈진압을 계기로 등장한 중국 ‘1989년 체제’의 종언을 예고한다. 1989년 천안문 사태와 이어진 소련 해체 이후 위기감을 느낀 중국 공산당 지도부 내 계파는 강하게 단결해 ‘경제 성장’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 사회 안정과 정권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천안문 사태로 권력을 잡게 된 장쩌민의 상하이방과 태자당 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공고한 이익구도가 짜였다. 후진타오-원자바오 진영에서 ‘조화사회’를 내걸고 개혁 심화를 주장하는 것은 이런 구도를 흔들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린허리(윌리 람) 홍콩중문대 교수는 최근 대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겉으론 단결을 유지해왔지만, 현재 당내 투쟁은 상무위원 자리와 ‘국가의 자원을 어느 영역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자원쟁탈전’으로 격렬하게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핵심 변수는 보시라이를 적극 비호해온 저우융캉 상무위원의 거취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은 저우 상무위원이 기율 위반 혐의로 이미 조사를 받고 있으며, 정법위 서기와 상무위원직을 잃을 수도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장쩌민의 지원을 받아온 저우 상무위원은 권력 서열로는 9위이지만, 막강한 공안·사법 조직을 지휘하는 정법위 서기로서 상하이방·태자당의 실권을 유지하는 주요 기둥이다. 중국 당·정·군에선 ‘친보시라이’ 인물들에 대한 체포와 조사 등 대대적인 숙청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충칭시에선 우원캉 당 부서기, 천춘건 당위원회 조직국장, 헤이우드 독살에 쓰인 청산가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샤더량 난안구 당서기 등 보시라이 계열 간부들이 줄줄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보시라이의 ‘돈줄’로 꼽히는 다롄 스더그룹의 쉬밍 회장도 3월 중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후 주석의 중앙군사위는 청두군구 내 친보시라이 장성들을 비롯해 인민해방군 내 태자당 소장파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미래를 둘러싼 거대한 장기판은 예측불허의 치열한 판세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KTX 민영화’ 찬성 23%<반대 66%
■ 양지로 나온 ‘포르노’
■ 또 청와대 방해작전? 김문수 출마선언에 친박계 ‘불쾌’
■ MBC 보도제작국 해체 ‘보복성’ 조직개편 논란
■ 북 신형 미사일이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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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방·태자당 vs 공청단
상무위·자원 배분 쟁탈전 ‘보시라이 정치 폭풍’에 휩싸인 중국 베이징에 장쩌민(85) 전 국가주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쩌민 전 주석은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을 만났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지난 주말 보도했다. 공산당 내 주요 파벌인 ‘상하이방’의 거두이자 중국 정치 막후에서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해 ‘태상왕’으로 불리는 장 전 주석이 보시라이 사건 처리와 차기 지도부 구성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고도의 계산된 행보로 보인다. 그는 주로 상하이에 머물러 왔고 베이징에서의 공개적 행보는 이례적이다. 그가 지지했던 보시라이 전 충칭 당서기는 최근 끝없이 추락중이다. 모든 당직을 뺏긴 채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고, 아내 구카이라이는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독살 혐의로 체포됐다. ‘태자당의 스타’였던 보시라이는 야망, 음모, 권력투쟁, 부정부패, 살인이 얽힌 초특급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보시라이 사건의 본질에는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권력투쟁, 보시라이의 독단적 정치 스타일, 좌우파 노선 투쟁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현재 중국 공산당의 권력구도는 상하이방-태자당 연합과 후진타오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공청단파가 영향력과 정책 노선 등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1당 2파벌 체제’다. 특히 올해 말 10년 만의 지도부 교체가 예정된 민감한 시기에, 보시라이라는 야심가는 변수로 등장했다. 그는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차지하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후진타오 주석 등 최고 지도부의 통화까지 도청한 것으로 알려졌고, 고문을 동원한 ‘범죄와의 전쟁’에서 기업가들의 재산을 약탈해 국외로 빼돌렸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그는 서남부 충칭에 자신의 ‘독립왕국’을 세운 듯 행동해 ‘서남왕’이란 비판도 받았다. 후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는 오랫동안 보시라이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보시라이의 최측근이던 왕리쥔 전 충칭 공안국장이 2월6일 미국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시도한 ‘우연한 사건’이 계기가 됐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보시라이와 왕리쥔, 구카이라이에 대한 비밀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권력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번 사태는 천안문 민주화시위 유혈진압을 계기로 등장한 중국 ‘1989년 체제’의 종언을 예고한다. 1989년 천안문 사태와 이어진 소련 해체 이후 위기감을 느낀 중국 공산당 지도부 내 계파는 강하게 단결해 ‘경제 성장’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 사회 안정과 정권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천안문 사태로 권력을 잡게 된 장쩌민의 상하이방과 태자당 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공고한 이익구도가 짜였다. 후진타오-원자바오 진영에서 ‘조화사회’를 내걸고 개혁 심화를 주장하는 것은 이런 구도를 흔들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린허리(윌리 람) 홍콩중문대 교수는 최근 대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겉으론 단결을 유지해왔지만, 현재 당내 투쟁은 상무위원 자리와 ‘국가의 자원을 어느 영역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자원쟁탈전’으로 격렬하게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핵심 변수는 보시라이를 적극 비호해온 저우융캉 상무위원의 거취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은 저우 상무위원이 기율 위반 혐의로 이미 조사를 받고 있으며, 정법위 서기와 상무위원직을 잃을 수도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장쩌민의 지원을 받아온 저우 상무위원은 권력 서열로는 9위이지만, 막강한 공안·사법 조직을 지휘하는 정법위 서기로서 상하이방·태자당의 실권을 유지하는 주요 기둥이다. 중국 당·정·군에선 ‘친보시라이’ 인물들에 대한 체포와 조사 등 대대적인 숙청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충칭시에선 우원캉 당 부서기, 천춘건 당위원회 조직국장, 헤이우드 독살에 쓰인 청산가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샤더량 난안구 당서기 등 보시라이 계열 간부들이 줄줄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보시라이의 ‘돈줄’로 꼽히는 다롄 스더그룹의 쉬밍 회장도 3월 중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후 주석의 중앙군사위는 청두군구 내 친보시라이 장성들을 비롯해 인민해방군 내 태자당 소장파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미래를 둘러싼 거대한 장기판은 예측불허의 치열한 판세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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