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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미-중, 관계악화 막으려 ‘천광청’ 신속 해결

등록 2012-05-02 21:49수정 2012-05-03 10:47

양국 ‘안전보장뒤 체류’ 합의 왜?
북한·이란 문제와 환율 등 논의 앞둔 상황
대선 앞둔 오바마 향한 공화당 압력 변수
중국 “미국 내정간섭” 비판하며 앙금 남겨
“당신에게 키스하고 싶어요.”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은 2일 미국대사관에서 나온 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전화를 받고 더듬거리는 영어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자신을 지지하고 중국 정부로부터 ‘안전 보장’을 받아준 데 감사한다는 뜻이었다고 미국 정부 관리가 <아에프페>(AFP) 통신에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3일 개막하는 미-중 전략경제대화 참석을 위해 2일 베이징에 도착했으며, 천광청 석방을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천광청 탈출’로 헝클어진 양국 관계의 실타래를 서둘러 풀었다. 천광청이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에 들어간 지 엿새 만에 중국 정부는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중국에서 살고 싶다는 천광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천광청도 변호사 리진쑹과의 통화에서 “나는 자유로워졌다. 나는 분명한 보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서는 상당한 ‘양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을 끌수록 국제사회에서 인권문제로 중국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점을 고려한 조처로 보인다.

천광청은 중국 관리들이 ‘한자녀 정책’을 명분으로 강제 낙태수술과 불임수술을 강요하는 현실을 폭로한 뒤 7년간 투옥과 가택연금을 당하다가 지난주 탈출했다. 그가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함으로써 이는 미-중 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미-중 양국은 예상과 달리 신속한 해결을 향해 움직였다. 천광청 탈출의 여진이 확대돼 미-중 관계와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게 하려는 양쪽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3일부터 베이징에서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시작해 북한, 이란, 환율 문제 등 난제들을 논의할 예정이며, 천광청 문제가 이 문제들을 압도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국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제기되는 정치적 압력도 주요 변수였다. 미국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천광청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압박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천광청을 중국에 남겨둠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중국은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양보’를 했지만, 미국의 “내정간섭”을 강하게 비난하며 체면 유지에 나섰다. 이 문제로 인한 외교적 앙금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고로도 볼 수 있다.

류웨이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신화통신>을 통해 천광청이 미국대사관에 머물렀음을 확인하면서 “미국대사관이 비정상적 방법으로 중국 공민 천광청이 대사관에 들어가도록 한 데 대해 중국은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며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했다. 한 미국 관리는 <에이피>(AP) 통신에 탈출 과정에서 다리를 다친 천광청이 미국대사관에 진입하는 것을 도왔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를 문제 삼았다. 류 대변인의 강경한 발언에는 중국이 미국의 ‘인권 외교’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광청 탈출 사건’은 중국이 올해 지도부 교체를 앞둔 상황에서 보시라이 사건이 터져 권력투쟁이 불안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벌어졌다. 천광청 사건 해법을 둘러싸고 중국 내 개혁파와 보수파의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류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이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증하기를 요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미국 관리는 “이번 사건은 예외적 사건이며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지만, 중국의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발언을 거부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또다른 미국 고위관리는 천광청에 대한 미국의 행동은 “합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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