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이 아내 살해 위협…미 외교관들 병실서 떠나”
미-중, 전략경제대화 속 악재…망명협상 예측불가
미-중, 전략경제대화 속 악재…망명협상 예측불가
“우리 가족이 중국을 떠날 수 있도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가능한 한 모든 일을 해주길 바란다.”(3일 새벽 <시엔엔>(CNN)과의 인터뷰)
“나와 내 가족이 힐러리 클린턴(미 국무장관)의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떠나고 싶다.”(인터넷 매체 <데일리 비스트> 3일 보도)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이 ‘미국 망명’을 요구했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 담판을 통해 중국에 남기로 하고 미국대사관을 떠난 지 불과 몇시간 만이다. 천광청의 ‘폭탄 선언’은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조기 수습’에 나섰던 미국을 궁지에 빠뜨렸고, 미-중 관계도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조짐이다.
2일 오후 미국대사관을 떠나 베이징의 차오양의원에 머무르고 있는 천이 마음을 바꾼 것은 가족들로부터 지방관리들의 위협에 대해 들은 뒤 중국 정부의 ‘안전 보장’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리라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시엔엔>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남겠다는 생각을 왜 바꿨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이 걱정스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내로부터 공안들이 우리 집에 들어와 아내를 이틀 동안 묶어두고 몽둥이를 들고 때려죽이겠다고 위협했으며, 집 안엔 감시카메라 7대를 설치하고 뜰에는 전기 담장까지 설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대사관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상황에 대해 잘 몰랐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관들이 자신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더해졌다. 그는 “대사관은 내가 떠나도록 권하면서, 외교관들이 나와 함께 남아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병실에 오자마자 그들은 모두 떠났다”며 “미국 정부에 실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외교관과 의사들이 천과 함께 병원에 갔으나 2일 저녁 7시께 방문시간이 끝났으니 나가라는 병원 당국의 통고를 받고 떠난 뒤 문제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천과 통화한 영국 <채널4>의 기자는 천이 통화하면서 울었고 매우 당황한 목소리였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이 전략경제대화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서둘러 협상을 벌이면서, 천광청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는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천은 “대사관 관리들은 내가 계속 대사관에 있으면 아내가 산둥으로 되돌려 보내져 구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은근한 압박을 받았다고 했다. 이는 천이 ‘자의로’ 대사관을 떠났다는 미국 및 중국 정부의 발표와 상반된다.
천광청의 ‘신변 안전’에 대한 중국의 양보를 얻어냈다며 환호했던 오바마 행정부는 위기에 빠졌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 헤럴드 고(고홍주) 법률자문이 총출동해 중국과 합의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천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리 로크 주중 미국대사는 3일 기자회견에서 “천광청에게 (대사관을) 나갈 준비가 됐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흥분해 펄쩍 뛰면서 ‘가자’고 외쳤다.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았다”며 압박을 받았다는 천의 주장을 반박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도 “천이 대사관에 있는 동안 망명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오바마 행정부를 향한 공세가 시작되고 있다. 중국 인권 상황을 비판해온 크리스토퍼 스미스 하원의원(공화·뉴저지)은 “오바마 행정부는 천의 망명을 고려했어야 한다”며 “중국 안에 반체제인사에게 안전한 공간은 없다”고 말했다.
천광청과 가족의 앞날은 예측불가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의 신병은 이미 미국대사관이 아닌 중국 당국의 손에 있고, 미-중이 추가 협상을 통해 그의 ‘미국행’에 합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경기동부연합 ‘숨은 실세’ 이석기는 누구?
■ 정규직 ‘희망고문’에 성희롱도 참아야만 했다
■ 왁스칠에…디도스특검 ‘두번째 수모’
■ ‘1000만원 든 지갑’ 주인 찾아준 집배원
■ 여당 대선주자-박근혜 측근 설전 격화… ‘감정싸움’ 양상
■ 경기동부연합 ‘숨은 실세’ 이석기는 누구?
■ 정규직 ‘희망고문’에 성희롱도 참아야만 했다
■ 왁스칠에…디도스특검 ‘두번째 수모’
■ ‘1000만원 든 지갑’ 주인 찾아준 집배원
■ 여당 대선주자-박근혜 측근 설전 격화… ‘감정싸움’ 양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