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항의’ 유서 남겨
다음달 4일로 천안문 민주화 시위 23주년이 다가온 가운데, 당시 정부 진압으로 아들을 잃은 ‘천안문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천안문 유족 모임인 ‘천안문어머니회’는 회원인 73살의 야웨이린이 목을 매 자살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야웨이린은 둘째 아들 야아이궈가 1989년 6월3일 시위 진압에 나선 인민해방군의 총탄을 머리에 맞고 숨진 뒤, 어머니회에 가입해 천안문 사건 재평가와 아들의 명예 회복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야웨이린은 베이징 서부 하이뎬취에 있는 옛 직장인 원자력핵공업부 산하 제2병원의 지하 주차장에서 목을 맨 주검으로 25일 발견됐다. 공안은 현장을 봉쇄하고 그의 주검을 가져간 뒤 27일 화장시켰다. 야웨이린의 아내 장전샤는 홍콩 <핑궈일보>에 “얼마 전 남편이 이틀 연속 꿈에서 죽은 아들을 봤다며 너무 괴로워했다”며 “남편이 남긴 유서에는 ‘아들이 죽은지 23년이 지났지만 중국 정부는 우리말을 듣지고 묻지도 않는다. 나는 죽음으로 항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천안문어머니회는 공안이 야의 유서를 가져갔다며 이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야웨이린 부자의 죽음은 중국 공산당이 만들어낸 비극이며, 공산당은 조속히 천안문 사건을 재평가해 비극이 재발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안문어머니회의 대표인 딩즈린은 지난 23년 동안 유족회원 29명이 세상을 떠났지만, 자살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야웨이린은 매번 우리를 만날 때마다 명예회복 운동이 어떻게 돼가느냐고 묻고 그때마다 실망하곤 했다”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막말 오가던 삼성가, 유산소송 앞 잠잠해진 까닭은?
■ 천안함 논란까지 싸잡아…MB, 종북비판 숟가락 얹기
■ 레이디 가가의 파격, 아시아 금기에 막히다
■ 징용피해자 ‘강제저금’ 일본 은행서 잠잔다
■ [성한용 칼럼]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
■ 막말 오가던 삼성가, 유산소송 앞 잠잠해진 까닭은?
■ 천안함 논란까지 싸잡아…MB, 종북비판 숟가락 얹기
■ 레이디 가가의 파격, 아시아 금기에 막히다
■ 징용피해자 ‘강제저금’ 일본 은행서 잠잔다
■ [성한용 칼럼]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