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시퉁(81) 전 베이징시 당서기
출판대담서 ‘덩샤오핑 책임’ 암시
유혈진압 주도자 논쟁 다시 가열
유혈진압 주도자 논쟁 다시 가열
“나는 꼭두각시였다.”
천안문 시위 진압 23주년(6월4일)을 앞두고, 당시 유혈진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천시퉁(81) 전 베이징시 당서기가 입을 열었다. 6월1일 홍콩에서 출판될 <천시퉁의 직접 진술>을 통해서다. 이 책은 원로 학자 야오젠푸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천시퉁과 8차례 대담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책에서 천시퉁은 “천안문 시위 진압은 최고 지도부 내의 권력투쟁에서 비롯돼 아무도 원하지 않던 비극으로 나가게 됐다”며 “제대로 처리했다면 아무도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이 29일 보도했다.
그는 특히 자신이 덩샤오핑에게 학생들의 시위 상황을 부풀려 보고해 결국 군대가 투입되도록 했다는 세간의 비난에 대해, “덩샤오핑이 베이징에 수많은 정보원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내가 그를 속일 수 있느냐”며 부인했다. 진압 당시 총리였던 리펑이 회고록에서 ‘천시퉁이 계엄 지휘자였다’고 쓴 데 대해 “나는 그런 역할에 대해 모른다. 리펑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천시퉁의 주장은 ‘누가 천안문의 유혈진압을 주도했느냐’는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언젠가 역사가 덩샤오핑, 리펑, (무력진압에 반대해 실각한) 자오쯔양에 대해 공정한 판결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당시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 등의 책임을 암시했다.
이 책을 펴낸 뉴센추리미디어의 발행인 바오푸는 역설적이게도 당시 시위대에 동정적 태도를 보였다 실각한 자오쯔양 전 총서기의 비서 바오퉁의 아들이다. 바오푸는 2009년 자오쯔양이 남긴 육성 테이프를 몰래 홍콩으로 가져와 자오의 회고록 <국가의 죄수>를 출판하기도 했다.
바오푸는 “리펑도, 천시퉁도 장기판 위의 말이었고, 최고지도자(덩샤오핑)의 뜻을 따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천시퉁과 우리는 같은 편이 아니지만, 그는 천안문 사건 당사자 중 한 명이고 자신을 변호할 권리가 있다”고 천시퉁 관련 서적의 출판 배경을 설명했다.
천안문 시위 진압 당시 베이징 시장이었던 천시퉁은 곧이어 베이징 당서기와 정치국 위원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995년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돼 1998년 16년형을 선고받고 투옥됐다. ‘베이징방’을 이끌던 그가 천안문 시위로 권력을 잡은 ‘상하이방’의 장쩌민에게 도전했다가 권력투쟁에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을 뒤흔든 대형 정치 스캔들이었다. 정치적 몰락과 함께 사라졌던 천시퉁이 공개 발언에 나선 것은 17년 만에 처음이다. 2006년 병 보석으로 석방돼 결장암 말기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보시라이의 운명은 나와 너무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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