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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망각과 각성’ 기로에 선 천안문 23년

등록 2012-06-03 20:52수정 2012-06-03 21:22

천안문 시위진압 23주년을 앞두고 구이저우성 구이양시에서 지난달 28일 수십명이 ‘학살자를 조사하고, 정치박해를 중단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웨이보
천안문 시위진압 23주년을 앞두고 구이저우성 구이양시에서 지난달 28일 수십명이 ‘학살자를 조사하고, 정치박해를 중단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웨이보
“원자바오가 재평가 제안” 보도 등
정치권 태도 변화에 기대 높았지만
당국, 관련행사 진압…실망 극대화
4일 천안문 민주화 시위 23주년을 앞두고 중국 당국이 관련행사 진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지도부 교체기를 앞두고 좌파와 자유주의 개혁파가 치열한 노선투쟁을 벌이며 시위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기에, 올해 실망감은 더 큰 분위기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3일 중국 푸젠성 푸저우에서 열린 천안문 시위 관련 기념행사를 진압하고 관련자들을 체포했다는 인권활동가들의 주장을 전했다. 인권활동가 린빙싱의 아내 스리핑은 “오늘 아침 노동절 광장에서 인권활동가 20여명이 공안한테 맞았다”며 “공안들은 ‘때려죽일 것’이라고 말했으며, 남편을 포함해 약 8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수도 베이징에선 2일 저장성에서 올라온 30명 이상의 인권활동가들이 베이징 철도역에서 체포돼 강제로 고향으로 돌려보내졌다.

하지만 당국의 탄압에도 ‘망각’을 거부하는 움직임은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해외에서 운영되는 반체제 성향의 중국재스민혁명(molihua.org) 사이트에는 3일과 4일 중국 주요 도시의 공공장소에서 애도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고, 인권변호사 천광청처럼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산책을 하는 형식으로 항의하자는 제안이 올랐다. <자유아시아방송>은 강제철거에 항의하는 상하이의 민원인 등이 4일 베이징에서 천안문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연다고 보도했다. 구이저우성 구이양에선 지난달 27~28일 수십명이 ‘학살자를 조사하고 정치박해를 중단하라’ 등의 펼침막을 들고 이틀 연속 거리시위를 벌였다.

원자바오 총리가 최고지도자들의 비밀회의에서 3차례에 걸쳐 천안문 시위 재평가를 제안했다는 지난 3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 이후 천안문 시위 재평가에 대한 기대는 한껏 고조됐다. 1일 홍콩에선 천안문 시위 당시 베이징 시장이자 강경진압의 책임자로 꼽혔던 천시퉁의 대담집이 출간됐다. 천시퉁은 자신은 군대 투입의 핵심 책임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면서, 무력진압을 후회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지도부 교체를 위한 18차 당대회 준비에 전력을 쏟고 있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기존 입장을 바꾸는 ‘천지개벽’ 조처를 당장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천안문 시위 유가족 모임인 ‘천안문어머니회’의 장셴링은 <명보>에 “올해는 당국의 감시가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전했다.

재평가의 최대 걸림돌은 진압에 관여했던 고위 간부들이 여전히 중국 지도부에서 강력한 세력이라는 점이다. 1989년 천안문 광장에 모인 100만여명의 시위를 ‘반혁명적 동란’으로 규정한 덩샤오핑 등 최고지도부는 탱크를 앞세워 무력진압을 펼쳤다. 사망자 수는 당국과 인권단체 집계가 각각 200여명, 2600명 이상으로 엇갈린다. 천안문 시위에 대한 보도와 토론이 금지돼 있는 중국에서, 젊은 세대들은 이 사건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전정윤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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