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토지 임대료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현지 주민들에게 불법점거를 당했다가, 결국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됐다.
2일 신신상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중국 현지법인 신신체육용품유한공사(이하 신신)와 산둥성 칭다오시 중한서취(서취는 한국의 동 이하급 행정단위) 주민위원회는 전날 공장을 2년 안에 다른 장소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2년간 공장 땅 임대료도 연간 300만위안(5억4천1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최근까지의 연간 18만달러(2억600만원)에서 2배 이상 올리기로 한 것이다.
50일 가까이 현지 주민들이 회사 출입문을 봉쇄하고 조업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신신은 현지 지방정부의 요구를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 신신 관계자는 “조업 중단으로 손실이 계속 불어나다 보니 보상비 한 푼 받지 못하고 항복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신은 지난 1991년 중한서취 주민위원회와 50년의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이곳에 ‘스타’(Star) 상표의 농구공 등을 생산하는 대형 생산 기지를 갖췄다. 첫해 11만달러의 임대료를 내고 시간이 지나면서 계약서에 정해진 비율로 임대료를 완만히 인상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계약 뒤 20여년이 지나는 사이 공장 주변지역이 개발되면서 아파트와 고급 전시장이 들어서는 등 노른자위 땅으로 변했다. 주민위원회는 지난 4월17일 임대료를 500% 인상하고 임대계약을 2년마다 갱신하자고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공장을 이전하라고 통보했다. 주민위원회는 1999년 제정된 중국계약법이 최장 임대기간을 2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조항을 내밀었다.
신신이 50년 계약서를 근거로 이 요구를 거절하자 토지 집단소유제에 따라 임대료를 나눠 갖는 중한서취 주민들이 지난 5월15일부터 집단으로 몰려와 공장을 봉쇄하고 전기와 수도까지 끊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13일에는 우리 기업의 피해 실태를 확인하려던 주칭다오 한국총영사관 소속 영사 한명이 주민들에 의해 공장에 갇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신은 지난달 4일부터 조업을 전혀 하지 못해 최소 수십억원으로 추정되는 손실을 봤다.
한-중 수교 초기 중국 지방정부들은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50년 토지 임대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으나, 최근 땅값이 급등하자 일부 지방정부들은 애초의 계약을 무시하고 ‘최장 20년 조항’을 소급 적용해, 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료를 대폭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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