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최대 실직사태
수출 줄고 부동산 침체 여파
일자리 없어 구직자 넘쳐나
기업들 “주문 90%가 저가품
2008년 위기보다 힘들다” 지방정부 일자리 알선 골머리
원자바오 “고용 창출 최우선” “일자리를 찾을 수 없으니, 할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중국의 수도 베이징역으로 향하는 시내버스 안에서 커다란 짐 가방을 둘러멘 허베이성 출신 농민공 장쉰은 건설 현장의 노동자로 일했으나 올해 들어 일감을 찾기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동향 출신 노동자들과 함께 베이징 근처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녔지만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기로 했다며 “외지에서 돈도 못 벌고 계속 돈만 쓰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했다. 도시로 돈을 벌러 나왔던 중국 농민공(농촌 호구를 가진 노동자)들의 대규모 ‘귀향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도 ‘버팀목’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국의 경기침체가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24일 <중국증권보>를 보면, 이런 귀향 행렬은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2000만명의 농민공들이 일자리를 잃었던 이후 최대 규모다. 요즘 베이징 외곽 지역에선 ‘일자리 구함, 목수 전문’ 등의 문구를 쓴 작은 종이를 들고 인력시장에 나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삼삼오오 모여 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저장·장쑤성 등 연해지역의 대표적 공업 지대에선 수출 주문 감소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불황의 그림자가 뚜렷해지면서 농민공들의 실업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저장성 원저우의류상회 부회장이자 페이스터기성복유한회사 사장인 차이환톈은 <중국증권보>에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회사 운영이 더 어렵다”며 “올해 우리 회사가 받은 전체 주문량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었다. 작년에는 주문 한건당 10만위안은 됐는데, 올해는 2만~3만위안짜리밖에 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기업에 의존해 생존하던 의류 하청업체들이 줄줄이 생산을 멈추거나 부도를 내면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떠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수출 기업들은 올해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욱 어렵다고 호소한다. 2008년에는 위기가 미국 시장에 집중됐으나, 올해는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 국가들도 줄줄이 채무위기에 빠지면서 수출 주문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세관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중국의 유럽연합 지역에 대한 수출은 1630억6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0.8% 하락했다. 이윤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저장성 루이안시에 있는 화자공예품회사의 왕젠린 사장은 “크리스마스 장식품은 원래 이윤이 매우 낮은데, 올해 유럽 바이어들은 한개에 3위안 이상인 제품은 거의 주문하지 않고 있고 주문의 90%가 1~2위안짜리 저가품”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올해의 주문량으로는 대형기업들도 먹고살기 어려운데 하청기업은 어떻게 생존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농민공들을 맞이한 지방정부마다 일자리 알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허난성 푸양시 류툰진의 천자오바오 진장은 “올해 상반기에 마을 밖으로 일하러 나갔던 주민의 40% 이상이 돌아왔다”며 주변 지역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귀향 농민공들은 대부분 대도시 지역에서 건설 현장이나 생산직 노동자로 일해왔지만, 고향에선 적당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올해 지도부 교체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사회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중국 당국자들은 큰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경제회의에서 “중국이 고용 문제에서 상당히 심각하고 복잡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지난 17일에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올해 2분기 성장률은 7.6%로 3년 만에 8% 선이 무너졌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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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고용 창출 최우선” “일자리를 찾을 수 없으니, 할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중국의 수도 베이징역으로 향하는 시내버스 안에서 커다란 짐 가방을 둘러멘 허베이성 출신 농민공 장쉰은 건설 현장의 노동자로 일했으나 올해 들어 일감을 찾기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동향 출신 노동자들과 함께 베이징 근처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녔지만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기로 했다며 “외지에서 돈도 못 벌고 계속 돈만 쓰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했다. 도시로 돈을 벌러 나왔던 중국 농민공(농촌 호구를 가진 노동자)들의 대규모 ‘귀향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도 ‘버팀목’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국의 경기침체가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24일 <중국증권보>를 보면, 이런 귀향 행렬은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2000만명의 농민공들이 일자리를 잃었던 이후 최대 규모다. 요즘 베이징 외곽 지역에선 ‘일자리 구함, 목수 전문’ 등의 문구를 쓴 작은 종이를 들고 인력시장에 나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삼삼오오 모여 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저장·장쑤성 등 연해지역의 대표적 공업 지대에선 수출 주문 감소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불황의 그림자가 뚜렷해지면서 농민공들의 실업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저장성 원저우의류상회 부회장이자 페이스터기성복유한회사 사장인 차이환톈은 <중국증권보>에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회사 운영이 더 어렵다”며 “올해 우리 회사가 받은 전체 주문량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었다. 작년에는 주문 한건당 10만위안은 됐는데, 올해는 2만~3만위안짜리밖에 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기업에 의존해 생존하던 의류 하청업체들이 줄줄이 생산을 멈추거나 부도를 내면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떠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수출 기업들은 올해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욱 어렵다고 호소한다. 2008년에는 위기가 미국 시장에 집중됐으나, 올해는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 국가들도 줄줄이 채무위기에 빠지면서 수출 주문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세관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중국의 유럽연합 지역에 대한 수출은 1630억6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0.8% 하락했다. 이윤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저장성 루이안시에 있는 화자공예품회사의 왕젠린 사장은 “크리스마스 장식품은 원래 이윤이 매우 낮은데, 올해 유럽 바이어들은 한개에 3위안 이상인 제품은 거의 주문하지 않고 있고 주문의 90%가 1~2위안짜리 저가품”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올해의 주문량으로는 대형기업들도 먹고살기 어려운데 하청기업은 어떻게 생존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농민공들을 맞이한 지방정부마다 일자리 알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허난성 푸양시 류툰진의 천자오바오 진장은 “올해 상반기에 마을 밖으로 일하러 나갔던 주민의 40% 이상이 돌아왔다”며 주변 지역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귀향 농민공들은 대부분 대도시 지역에서 건설 현장이나 생산직 노동자로 일해왔지만, 고향에선 적당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올해 지도부 교체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사회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중국 당국자들은 큰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경제회의에서 “중국이 고용 문제에서 상당히 심각하고 복잡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지난 17일에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올해 2분기 성장률은 7.6%로 3년 만에 8% 선이 무너졌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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