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수 은폐의혹에 여론 악화
정부 불신 커지자 뒤늦게 발표
정부 불신 커지자 뒤늦게 발표
25일 밤 베이징시 신문판공실(공보실) 기자회견장. 판안쥔 신문판공실 주임은 자료를 보면서 “베이징시 전체 사망자 수는…”이라고 하다가 곧바로 “이재민 수는 160만2000명”이라고 말을 바꿨다.
기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속 희생자 수를 따져 물었다. 급기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한 여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당신이 든 자료를 봤더니 사망자가 61명이라고 돼 있다”고 말하자, 당황한 관리들은 기자회견을 중단하고 모두 퇴장했다고 <창장일보>가 26일 전했다.
지난 주말 61년 만의 폭우가 쏟아진 중국 베이징에서 당국이 사망자 수를 은폐했다는 비난 여론이 ‘위험수위’까지 차오르고 있다. 급기야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관영언론 기자들까지 관리들에게 대놓고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당국자들이 중도에 퇴장한 뒤에도 현장의 많은 기자들은 우선 질문자로 지정된 <신화통신> 기자 등에게 왜 사망자 수를 묻지 않았느냐고 따졌고, 한 기자는 “사망자 수는 민감해 맨 마지막에 <봉황위성텔레비전> 기자가 질문하기로 미리 짰는데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베이징시가 폭우 사망자 발표를 계속 미루면서, 시민들 사이에는 은폐 의혹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시 정부는 폭우 다음날인 22일 밤 사망자가 37명이라고 발표한 뒤 새로 집계된 수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가 논란이 크게 불거지자 26일 저녁에야 사망자가 77명이라고 발표했다.
시민들은 웨이보에 “죽은 돼지 마릿수까지 다 집계했는데 왜 사망자 집계는 이렇게 보기가 어려운가”라는 글을 써 분통을 터뜨리면서, 피해 지역에서 주민들이 물에서 주검을 건지는 사진 등을 찍어 올리고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23일 저장성 원저우에서 고속철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당국이 희생자 수와 생존자 구조 현황을 제때 공개하지 않고 서둘러 잔해를 치우려 하자 사망자를 은폐하려 한다는 분노의 여론이 크게 일기도 했다. 이번에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복구작업이 늦어지면서 ‘개미족’(좁은 집에 여러명이 모여사는 저소득층)으로 불리는 가난한 서민들은 오갈 데 없이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베이징 중심의 광쥐먼 지역에선 세들어 살던 지하 셋방이 폭우에 잠기는 바람에 가난한 주민들이 갈 곳을 잃고 공터에서 며칠째 노숙을 하고 있으며, 라면을 끓일 곳도 없어 생라면과 생수로 버티고 있다고 <명보>가 26일 보도했다. 이들은 ‘달팽이집’(워쥐)으로 불리는 좁은 지하 셋방에 사는 개미족들이다. 폭우 뒤인 22일부터 수백명이 노숙 생활을 시작해 이제는 10여명이 남았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원아무개는 “돈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떠났고, 남은 이들은 최하층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시 정부를 찾아갔더니 구 정부로 가라고 하고 구 정부는 동사무소(가도사무처)로 가라고 해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베이징시 기상대는 며칠 동안 다시 큰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25일 발표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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