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홍콩 활동가 체포’ 중 반응
일 대사 불러 “중 고유영토…무조건 석방을” 요구
누리꾼 시위글은 삭제 ‘중-일관계 전면악화’ 막아
“중국 정부, 홍콩선박 출항 묵인 치밀하게 계산”
일 대사 불러 “중 고유영토…무조건 석방을” 요구
누리꾼 시위글은 삭제 ‘중-일관계 전면악화’ 막아
“중국 정부, 홍콩선박 출항 묵인 치밀하게 계산”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상륙한 홍콩 활동가들이 일본 해상당국에 체포되자, 중국 정부와 관영언론들은 일제히 강경한 태도로 나섰다. 하지만 중-일 관계의 전면적 악화로 번지는 데 대해서는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중국 외교부의 장즈쥔 부부장은 16일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이 불법으로 중국 공민과 선박을 구류하고 있다”고 항의하면서, 즉각 조건 없이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15일 밤에는 푸잉 외교부 부부장이 니와 우이치로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고유한 영토라고 강조하고, 일본이 체포한 홍콩·중국인 등 14명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푸 부부장은 야마구치 쓰요시 일본 외무성 부상에게도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활동가들이 체포된 뒤인 15일 밤부터 16일 새벽 사이에는 중국 해양감시선이 센카쿠열도 서북쪽 34㎞(18.35해리) 해역까지 접근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고조되고 있는 반일 여론을 고려해 일본이 신속히 활동가들을 석방하도록 압력을 강화하면서도, 중-일 관계가 더는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묘한 균형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에선 15일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까지 겹치면서 반일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15~16일에는 중국 내 댜오위다오보호행동위원회 소속 활동가들이 이틀 연속 베이징의 주중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우리 영토를 반환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쓰촨성 청두시의 누리꾼들은 19일 일본의 ‘댜오위다오 침략’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일 집회를 개최하자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글은 16일 오후 검열로 삭제된 상태다. 18차 당대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민족주의 감정이 자칫 통제불능 상태로 나아가지 않도록 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도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량윈샹 교수는 “일본도 중-일 관계를 고려해 이번 사건을 냉정하게 처리할 것이고, 양국 정부 지도층도 이 사건을 과도하게 침소봉대하길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활동가들이 상륙을 감행한 배경에는 중국 당국의 묵인과 복잡한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의 펑자오쿠이 연구원은 홍콩 <문회보>에 “이번 댜오위다오 상륙 성공은 중국 정부의 묵인과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일본이 댜오위다오 도발에 나서고 중국 여론이 절대적으로 댜오위다오 수호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홍콩 시사평론가 조니 라우는 “중국은 활동가들의 상륙 시위를 허용함으로써 미묘한 균형을 잡았다”며 “중국 선박이 상륙했다면 중국이 분쟁을 악화시킨 게 되기 때문에 홍콩 선박의 출항을 묵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묵인이 없었다면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이 이번 선박의 출항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6일 중국과 홍콩의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환호의 목소리가 분출했다. 홍콩 <싱다오일보>는 상륙한 활동가들을 ‘영웅’으로 묘사했고, 친중국 계열의 <문회보>는 ‘장하다 중화용사 댜오위다오 상륙, 국기를 꽂다’ 등의 제목으로 보도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치펑(카이풍)2호가 12일 홍콩에서 출발한 뒤 일절 보도를 하지 않았으나 15일 오후부터 댜오위다오 접근과 상륙 성공을 실시간으로 집중 보도하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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