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남중국해 분쟁·한-일 협력 통한 중국봉쇄 차질
중 전문가들 “중, 세력조정 나설 유리한 국면” 분석
‘안보는 미, 경제는 중과 협력’ 주변국 전략도 변수
중 전문가들 “중, 세력조정 나설 유리한 국면” 분석
‘안보는 미, 경제는 중과 협력’ 주변국 전략도 변수
“중국은 영토 문제로 러시아와 한국을 지지하고 공동으로 일본에 대처해야 한다. 한-일 갈등이 깊어지면 지정학적으로 중국에 유리한 상황이 된다.”
중국의 관영 <환구시보>가 16일치 사설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지정학적으로’란 표현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귀환’이다.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자, 미국의 의도에 따라 추진되던 한-미-일 동맹 구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에, 중국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중국이 수세적이었던 최근 2년에 견줘 요즈음 남중국해 중심의 갈등이 한반도 주변으로 옮겨지면서 중국엔 ‘정세 전환’의 호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2010년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미국 국익과 직결된다”고 발언한 것을 기점으로, 미국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 간의 남중국해 영토 분쟁을 직접 매개로 아시아 귀환을 가속화했다. 먼저 필리핀, 베트남 등을 적극 지원해 아세안에서 중국 고립작전을 시도하기 시작한 이래, 2011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 미군을 주둔시키기로 하는 등 중국 봉쇄망을 차례로 완성해가는 모습을 보였고, 2012년에는 한-미-일 동맹 강화를 염두에 두고 한국과 일본을 묶으려 했다. 가오훙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부소장은 중화권 활동가들이 센카쿠열도에 상륙한 지난 15일 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에 출연해 “일본은 최근 미국에 기대 강경외교노선을 추진했으나, 이웃나라와 섬 논쟁을 벌이다가 스스로를 사면초가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한쉬둥 중국 국방대학 교수도 19일 <환구시보> 기고에서 “현재 아·태 지역의 안보 정세가 나날이 동요하면서 중국에 유리한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아·태 지역의 세력 균형 조정에 나설 기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도나 센카쿠 갈등은 원래 한-일과 중-일 양국간 역사·영토 문제이지만, 현실 국제정치 맥락에선 미국과 중국이 이 지역에서 벌이는 힘겨루기의 한 축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아·태 지역에서 부상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이 지역에 깊숙이 개입하고 나서면서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강요받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관계는 꼬여왔다. 한-중 수교 20돌을 맞는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최근까지 미국의 한-미-일 동맹 전략을 적극 수용하면서 중국과 갈등을 빚었고, 수교 40돌을 맞는 중국과 일본의 관계도 최악이다.
특히 일본은 중국의 군사적 대두에 강한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7월31일 채택한 일본 방위백서는 ‘국가주권이나 해양권익에 대한 인민해방군의 태도 표명이 늘고 있다’며 중국 군부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했다. 기업 경영자 출신으로 중국대사에 발탁됐던 니와 우이치로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의 센카쿠열도 매입 계획에 대해 ‘중-일 관계를 파탄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가 보수파의 거센 공격을 받고, 결국 10월 교체된다.
진찬룽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최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원래 아·태 지역에 대한 정치·경제·군사를 아우르는 전면 귀환 전략을 설계했다. 이를 통해 중국에 이미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우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해상 안보 문제가 돌출됐고, 미국에 미얀마를 빼앗기는 등 중국의 담모퉁이가 허물어졌으며, 일본·미국 등과의 경쟁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이 아직 과거에 소련을 상대로 취했던 억제정책의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귀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현재 미국의 상황으로는 경제협력 등 귀환에 필요한 돈을 감당할 수 없고,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되 경제적으로는 중국이라는 열차에 올라타야 하는’ 주변 국가들의 이익과도 배치되므로 장기적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베이징 도쿄/박민희 정남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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