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타협의 산물”…보시라이 운명, 노선 투쟁에 달려
“피고 구카이라이에게 고의살인 혐의로 사형 2년 유예를 선고한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 중급인민법원에서 20일 오전 9시 열린 선고공판에서, 보시라이 전 충칭 당서기의 부인인 구카이라이에게 영국인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혐의로 사형유예가 선고됐다. 사형유예는 사형을 선고하되 2년간 집행을 유예한 뒤 감형해주는 중국 특유의 제도이며, 대부분 종신형에 해당한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으로 공개된 화면에서, 피고석에 선 구카이라이는 판결이 낭독되는 동안 비교적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이번 판결은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법정이 법률과 현실,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상소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의 범죄에 가담한 보시라이 집안의 집사 장샤오쥔에게는 9년형이 선고됐다. 구카이라이는 지난해 11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로 갈등을 빚던 헤이우드에게 독약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의 범죄를 은폐 비호한 혐의로 기소된 충칭시의 전 공안간부 4명에게는 징역 5~11년형이 선고됐다.
‘세기의 재판’은 ‘정치적 재판’으로 막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구카이라이에게 내려진 사형유예 판결은 중국 지도부가 여론, 영국 정부, 보시라이 지지세력 등을 모두 고려해, 사전에 정치적으로 결정한 형량이라고 지적한다. 최고 지도부 내 세력들의 치열한 거래와 타협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허웨이팡 베이징대 법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보시라이의 세력과 인맥이 있는 상황에서 구카이라이가 실제로 사형을 당한다면 정치적으로 심각한 후폭풍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협상을 통해 결과가 미리 정해졌다”고 말했다. 사건을 확대하지 않고 신속 처리해 18차 당대회의 권력교체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난다.
이제 모든 질문은 구카이라이의 남편 보시라이의 운명으로 향하고 있다. 구의 살인 사건은 ‘보시라이 스캔들’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몸통’은 보시라이의 권력 추구와 그 배후의 권력 투쟁과 노선 투쟁이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 보시라이의 이름은 한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보시라이 일가의 부정축재 혐의도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만 <연합보>는 “후진타오-원자바오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세력이 지난 수개월 동안 진행된 노선투쟁에서 압승을 거두지 못했음을 보여준다”며 “보시라이를 비호하는 세력이 여전히 강하고 이들이 살인 사건 처리 과정에 보시라이가 연루되지 않도록 보호했다”고 지적했다.
유력한 차기 지도부 후보였던 보시라이는 심복이었던 왕리쥔 전 충칭 공안국장이 미국영사관으로 투신해 비리를 고발한 뒤, 모든 당직을 잃고 당 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당 지도부는 18차 당대회 전에 보시라이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보시라이 스캔들을 구카이라이의 살인사건으로 마무리하고 보시라이 지지 세력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데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보 개인에 대한 처리 방안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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