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과 모두 좋은 관계
양자 외교만으론 불가능
6자회담을 통해
다자안보외교 틀 만들어야” 1992년 8월24일 오전 9시(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조어대 국빈관 18호각. 당시 이상옥 외무장관과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은 한글과 중국어로 된 한-중 수교 문서에 서명했다. 냉전의 상징이었던 한국전쟁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양국이 수교 협정에 서명하는 순간은 동아시아가 냉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역사적,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됐다. 20년이 흐르면서 한-중 교역 규모는 36배로 늘었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 됐다. 올해는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중 관계에는 냉전의 그림자가 여전히 남아 있다. 북한, 한-미 동맹과 관련한 이슈가 돌출할 때마다 양국 관계는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린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이 대북 결의안에 반대하자 한국 내에선 ‘중국이 북한을 편든다’는 비난이 확산됐다. 중국은 서해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양국 전문가들은 한-중 관계의 미래 20년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남북 관계 개선과 한-미 동맹과 중국 사이에서의 균형을 꼽는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한-중 관계가 좋아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 한국은 미국·일본에 기댈 수밖에 없어 ‘한-미-일 3국 공조론’이 대두되며 중국은 이를 대중 견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아울러 “향후 20년은 미-중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므로, 지금처럼 미국과 더불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전략도, 반대로 미국의 패권이 약해지니까 뜨는 중국에 편승하겠다는 전략도 모두 위험하다”며 “미국, 중국과 모두 좋은 관계를 실현하려면 양자 외교만으로는 불가능하며, 6자회담을 통해 다자 안보외교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 북과 관계악화되면
미·일에 기댈수밖에 없고
한·미·일 3국 공조론 대두
중은 이를 대중견제로 볼 수밖에” 중국 쪽에서도 한국이 남북관계를 개선하지 않고, 지나치게 미국 편향적 정책을 펴고 있다는 불만이 있다. 진찬룽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한-중 간에는 북한과 미국을 대하는 태도에서 이견이 존재한다”며 “한국은 한국 주도의 통일을 원하지만 중국은 외부세력이 개입하지 않고 남북 양쪽이 비교적 평등한 상태에서 협상해 통일을 이루는 것을 희망하며, 중국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를 바라지만 현재 이명박 정부의 선택은 미국에 절대적으로 편향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왕둥 베이징대 교수는 “한국의 이익이 미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만, 한국에 가장 좋은 정책은 한-미 동맹을 유지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적절히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며,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불균형 상태로 나아간다면 한국에도 의미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탈북자, 역사문제, 중국의 서해 불법어로, 이어도 문제 등도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고, 특히 양국민 사이의 갈등과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2000년 마늘 파동과 2004년 동북공정 갈등으로 양국 국민들 사이에 감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은 북한, 한-미 동맹 문제를 중심으로 한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잔더빈 상하이대외무역학원 교수는 20일 <환구시보> 기고에서 “한국은 중국을 경제가 낙후되고 공산당이 독재하는 나라로만 보면서 강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고, 중국에서는 민족주의 정서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며 “양국 국민이 서로의 발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감정이 민감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안철수 이어 박근혜까지 ‘룸살롱’ 검색어 소동
■ “남편 죽고 8년간 24시간 감시당해…얻어먹으며 살아”
■ KTX 고속열차와 A380 비행기 명당자리는?
■ 엄마 죽인 아들 “엄마 보고싶어”
■ 아버지, 노무현…박근혜 첫날 행보 ‘참배 정치’
■ 서울선 전자발찌 찬 40대가…
■ [화보] 기성용 보려고 아침부터 기다렸는데…
양자 외교만으론 불가능
6자회담을 통해
다자안보외교 틀 만들어야” 1992년 8월24일 오전 9시(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의 조어대 국빈관 18호각. 당시 이상옥 외무장관과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은 한글과 중국어로 된 한-중 수교 문서에 서명했다. 냉전의 상징이었던 한국전쟁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양국이 수교 협정에 서명하는 순간은 동아시아가 냉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역사적,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됐다. 20년이 흐르면서 한-중 교역 규모는 36배로 늘었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 됐다. 올해는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중 관계에는 냉전의 그림자가 여전히 남아 있다. 북한, 한-미 동맹과 관련한 이슈가 돌출할 때마다 양국 관계는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린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이 대북 결의안에 반대하자 한국 내에선 ‘중국이 북한을 편든다’는 비난이 확산됐다. 중국은 서해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양국 전문가들은 한-중 관계의 미래 20년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남북 관계 개선과 한-미 동맹과 중국 사이에서의 균형을 꼽는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한-중 관계가 좋아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 한국은 미국·일본에 기댈 수밖에 없어 ‘한-미-일 3국 공조론’이 대두되며 중국은 이를 대중 견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아울러 “향후 20년은 미-중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므로, 지금처럼 미국과 더불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전략도, 반대로 미국의 패권이 약해지니까 뜨는 중국에 편승하겠다는 전략도 모두 위험하다”며 “미국, 중국과 모두 좋은 관계를 실현하려면 양자 외교만으로는 불가능하며, 6자회담을 통해 다자 안보외교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 북과 관계악화되면
미·일에 기댈수밖에 없고
한·미·일 3국 공조론 대두
중은 이를 대중견제로 볼 수밖에” 중국 쪽에서도 한국이 남북관계를 개선하지 않고, 지나치게 미국 편향적 정책을 펴고 있다는 불만이 있다. 진찬룽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한-중 간에는 북한과 미국을 대하는 태도에서 이견이 존재한다”며 “한국은 한국 주도의 통일을 원하지만 중국은 외부세력이 개입하지 않고 남북 양쪽이 비교적 평등한 상태에서 협상해 통일을 이루는 것을 희망하며, 중국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를 바라지만 현재 이명박 정부의 선택은 미국에 절대적으로 편향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왕둥 베이징대 교수는 “한국의 이익이 미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만, 한국에 가장 좋은 정책은 한-미 동맹을 유지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적절히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며,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불균형 상태로 나아간다면 한국에도 의미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탈북자, 역사문제, 중국의 서해 불법어로, 이어도 문제 등도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고, 특히 양국민 사이의 갈등과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2000년 마늘 파동과 2004년 동북공정 갈등으로 양국 국민들 사이에 감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은 북한, 한-미 동맹 문제를 중심으로 한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잔더빈 상하이대외무역학원 교수는 20일 <환구시보> 기고에서 “한국은 중국을 경제가 낙후되고 공산당이 독재하는 나라로만 보면서 강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고, 중국에서는 민족주의 정서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며 “양국 국민이 서로의 발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감정이 민감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안철수 이어 박근혜까지 ‘룸살롱’ 검색어 소동
■ “남편 죽고 8년간 24시간 감시당해…얻어먹으며 살아”
■ KTX 고속열차와 A380 비행기 명당자리는?
■ 엄마 죽인 아들 “엄마 보고싶어”
■ 아버지, 노무현…박근혜 첫날 행보 ‘참배 정치’
■ 서울선 전자발찌 찬 40대가…
■ [화보] 기성용 보려고 아침부터 기다렸는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