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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산층도 반일시위…중-일 ‘국내정치용’ 강경외교로 격화

등록 2012-09-16 20:16수정 2012-09-16 21:45

일 ‘센카쿠열도 국유화’가 도화선
당국, 시위는 용인·보도는 통제
‘국유화 철회’ 압박 위해서 줄타기
빈부격차 불만 정부 향할라 촉각
일 언론 “예상넘는 열기 통제불능”
중 ‘반일 물결’ 고조 왜?

“댜오위다오는 중국 땅, 일본을 타도하자.”

16일 베이징시 차오양구에 있는 주중 일본대사관 앞에는 분노한 시위대의 반일 구호가 계속 울려 퍼졌다. 아침부터 속속 몰려든 시위대는 머잖아 1만명이 넘는 규모로 불어났다. 일본대사관 앞 량마차오루 왕복 7차선은 시위대에 ‘점령’됐다. 공안 당국은 대사관 주변에 철제 바리케이드를 치고 무장경찰을 대거 배치해 시위대의 대사관 공격과 진입만 막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경찰 헬기가 현장 주변을 계속 저공비행했다.

시위대는 중국 국가를 부르고 반일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자” “일본을 점령하자” 등의 강경한 구호가 쓰인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시위 자체가 엄격하게 금지된 중국에서 이런 대규모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한 것은 이례적인 사태다. 중국 당국이 시위를 묵인하거나 방치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대사관 근처 일본 음식점들은 문을 닫았고, 시위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댜오위다오는 중국 땅” 등이 적인 붉은 현수막으로 가게 간판을 가리기도 했다.

이전 반일시위 때에도 주축이 됐던 청년층이 주로 눈에 띄었지만,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으로 보이는 이들이 대거 참여한 것은 과거와 다른 변화다. 중년 남성인 쉬에 아무개는 <로이터> 통신에 “중국 정부가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 때라고 생각한다”며 “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제재 등 더 강력한 조처를 해야한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지 보라”고 말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의 중국인 어선 선장 구속 이후 벌어진 2010년 반일시위 때처럼 급진화하기 쉬운 20~30대가 많지만, 생활에 여유가 있으면서 애국심에 불타 참가한 중산층의 모습도 보여 질적 변화가 보인다고 보도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일본 정치가들이 우경화하면서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다”며 역사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일 수교 이후 40년인 된 해에 벌어진 최대 규모의 반일시위 사태는 일본 정부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한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그에 더해 일본과 중국 모두 국내 정치에 발목을 잡혀 있는 상황이 사태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몇달 안에 중의원 선거를 치러야 하는 노다 요시히코 총리나 18차 당대회에서 권력 교체를 코앞에 둔 중국 지도부 모두 영토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어 외교적 협상의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본 내에서는 18차 당대회를 앞둔 중국 지도부가 반일 여론이 분출하도록 해 사회 불만에서 눈을 돌리고 내부 단결을 강화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반일시위는 용인하면서도 보도는 통제하는 등 반일여론 분출과 안정유지의 필요성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벌이고 있다. 관영 매체들은 반일시위 상황은 매우 제한적으로 보도하면서, ‘이성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신경보>는 16일 사설을 통해 “댜오위다오 문제에서 국가 이익을 핑계 삼아 법률을 위반하고 다른 나라 국민의 합법적 권익을 손상하는 행위는 절대로 불허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일본에 댜오위다오 국유화 철회를 압박하기 위해 반일시위를 당분간 용인하면서도 적절한 선에서 통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악화와 빈부격차 등에 대한 불만 여론의 칼끝이 정부를 향할 가능성은 중국 당국에 가장 큰 위협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처음엔 중국인들의 분노를 보여줘 일본에 압력을 가하겠다는 공산당 정권이 조직하거나 용인한 관제 시위의 모습이 보였으나, 민중들이 당의 예상을 넘어 폭도화하면서 당국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주요 도시에 대규모 무장경찰 병력을 배치해 삼엄한 경계에 나선 것은 반정부 시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베이징 도쿄/박민희 정남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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