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국

중 왕리쥔 징역 15년형…법의 칼날 ‘몸통’ 보시라이로

등록 2012-09-24 19:46

대단원 향하는 ‘보시라이 스캔들’
“‘다른 범죄’ 증거 제공한 공 세웠다”
법원, 뇌물수수 불구 관대한 처분
중 지도부, 보의 잘못 심판에 무게
권력투쟁 맞물려 형사처벌 ‘미지수’
지난 1월28일, 중국 충칭시의 공안국장 왕리쥔(52)은 상관인 보시라이 충칭 당서기에게 보의 부인 구카이라이가 영국인을 독살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했다. 보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왕의 뺨을 때렸다. 2월2일에는 왕리쥔의 공안국장직도 박탈해 버렸다.

중국 차기 지도부의 유력 후보였던 보시라이의 몰락은 이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보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예감한 왕리쥔은 2월6일 미국영사관으로 ‘탈출’해 30시간 넘게 머물며 보 일가의 범죄를 폭로하고 정치적 망명을 요구했다.

10년 만의 권력 교체를 앞둔 중국을 폭풍 속으로 몰아넣은 ‘보시라이 스캔들’이 대단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쓰촨성 청두시 중급인민법원은 24일 직무유기, 반역도주, 직권남용, 뇌물수수 4가지 혐의로 기소된 왕리쥔에게 유죄를 판결하고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왕은 상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이제 중국 지도부가 보시라이를 심판하는 무대의 막이 곧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구카이라이가 사형유예 판결을 선고받은 데 이어, 왕리쥔의 판결로 이제 사건의 주역 중 ‘몸통’인 보시라이에 대한 심판만 남았다.

왕리쥔에게 비교적 관대한 15년형이 선고된 것은 보시라이에게는 불길한 신호로 해석된다. 왕리쥔은 구카이라이의 살인 사건을 은폐하고, 미국영사관 도주라는 희대의 사건을 벌였다. 재판부는 아울러 왕리쥔이 불법 도청을 자행하고, 보시라이와 관계 깊은 다롄스더그룹의 쉬밍 회장 등으로부터 305만위안의 뇌물을 챙겼다고 발표했다. 중국 법에서는 이 정도의 뇌물수수 혐의만으로도 사형 선고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왕리쥔이 “‘다른 범죄’의 증거를 제공하는 중대한 공을 세웠다”는 점에서 감형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보의 죄상이 그만큼 크다는 중국 지도부의 정치적 판단을 보여준 셈이다. 보시라이에 대해 당직·당적 박탈로 마무리할지, 형사처벌까지 할지는 18차 당대회가 예정된 다음달 중후반 이전에 결론날 것으로 예상된다.

왕리쥔 재판 과정에는 후진타오 주석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왕리쥔에 대한 심리가 끝난 뒤인 19일 <신화통신>은 장문의 보도를 통해, 보시라이가 부인의 살인 은폐에 관여했음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홍콩의 중국정치 전문가인 윌리 람은 “장쩌민 전 주석 등 보수파들은 후진타오가 보시라이에게 무거운 형사처벌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왔으나, 왕리쥔 재판에서 미묘한 변화가 나타났다”며 “권력투쟁과 보시라이 처리를 둘러싼 경쟁에서 후진타오의 위상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 거대한 지지세력을 갖고 있는 보시라이에 대한 형사 처벌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며, 중형을 선고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국가 역할 강화를 주장했던 보시라이의 몰락은 개혁개방 30년을 넘은 중국이 좌-우 어느 노선으로 갈 것인가의 노선투쟁과도 연결돼 있다.

18차 당대회 일정이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을 정도로, 주요 당·정·군 인선 문제를 둘러싼 태자당, 상하이방, 공청단파의 물밑 갈등은 지금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시라이 문제와 관련해 유리한 고지를 점한 후 주석이 보의 처리에서 일정한 양보를 하는 대가로 정치적인 반대급부를 챙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보시라이는 정치적으로는 이미 ‘사망 선고’를 받았지만, 중국 권력투쟁의 복잡한 장기판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말로 자리잡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박근혜 지지했던 ‘중도·무당파’ 표 이탈 두드러져
‘과거사 사과’ 박근혜 “5·16·유신·인혁당사건, 헌법적 가치 훼손”
청계재단 ‘장학금’보다 이자지출 비용 더 많아
‘노조파괴 전문’ 창조컨설팅, 민노총 탈퇴시키면 1억 챙겨
“축구경기가 꿈만 같다”…아프간 프리미어 리그 열풍
“검찰, 박영선 의원 출입국 기록 열어봤다”
[화보] 문재인, 국민의 정책을 캐스팅하겠습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