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고위층부패 일당체제 위협”
<뉴욕타임스>가 원자바오 중국 총리 일가의 ‘숨겨진 거액의 재산’을 폭로한 뒤, 개혁파의 상징인 원 총리가 재산공개에 나서 개혁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내 학자와 정치 전문가들은 원 총리가 이번 기회에 일가의 재산을 공개해 다른 지도자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9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도 지도자들의 재산공개가 부정부패를 차단하는 유효한 수단임을 인정해 왔지만, 재산공개 의무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분석가인 장리판은 “원 총리가 개인과 직계가족의 재산을 공개하는 첫번째 중국 지도자가 되는 것이 의혹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주리자 중국국가행정학원 교수는 “공직자 재산공개는 국제적으로는 흔하지만, 중국에서는 지난 20년간 기득권층과 부패관리들의 반대로 법 제정 노력이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고위층의 부패에 대한 대중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해 대중 불만과 소요사태의 원인이 되고 일당 통치체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총리 일가가 변호사를 통해 반박 성명을 낸 이례적인 조처의 배경도 관심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침묵을 지켜왔다. 지난 6월 <블룸버그>가 시진핑 부주석 일가의 재산 문제를 보도했을 때, 중국 당국은 인터넷을 차단했지만 보도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18차 당대회 직전에 폭로가 나와 개혁파를 겨냥한 ‘정치적 핵폭탄’이 됐고, 원 총리의 ‘서민 총리’ 이미지도 훼손됐다. 따라서 원 총리가 은퇴한 뒤 정치적 라이벌들이 그의 가족들을 겨냥한 공세에 나설 빌미가 될 수 있다. 구쑤 난징대 교수(법학)는 “성명은 원자바오가 개혁적인 지도자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어하며, 이에 먹칠하려는 경우에는 법적 행동도 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원 총리 일가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반박하면서 법적 대응 방침을 내비쳤지만 실제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베이징대의 허웨이팡 교수(법학)는 “만약 원 총리 일가가 <뉴욕타임스>를 법정에 세운다면, 일이 더욱 커져 스스로 통제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며 소송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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