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키워드’로 본 앞날
국유기업 개혁
온갖 특혜 받으며 주요산업 독점
“시진핑의 지지기반…희생 따라야” 공평·행복
지니계수 0.5 근접 ‘위험수위’
최저임금 인상·복지확대 추진 정의
부정부패 등 정치개혁 요구 높아
일당통치 지키며 정치개혁 할듯 “중국인 10명 중 8명은 정치개혁을 지지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8차 공산당 당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 7개 대도시의 1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정부패, 빈부격차, 사회안정망 부족을 꼽았다. 시진핑 시대를 맞는 중국은 ‘개혁’을 애타게 외치고 있다. 8일 후진타오 주석의 18차 당대회 업무보고에서는 ‘개혁’이라는 용어가 86번 등장했다. ‘정치개혁 없는 경제성장’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고, 저임금과 값싸게 동원된 토지와 자원, 수출 보조금과 국가의 대규모 쏟아붓기식 투자로 유지되는 성장모델은 한계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은 막강하다. 시진핑의 개혁 키워드들은 이미 등장했으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 국유기업 개혁 국유기업들이 특권과 이익을 독점하면서 민영경제가 쇠퇴하고 있다는 ‘국진민퇴’는 최근 중국 경제를 둘러싼 가장 치열한 논쟁거리였다. 은행·석유·통신·건설 등 주요 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초대형 국유기업들이 관리들과 결탁해 대출 등에서 온갖 특혜를 누리며 민영기업들의 성장을 억누르고 있고, 이런 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의 앞날이 어둡다는 주장이 확산돼 왔다. 중국에는 약 14만5000여개의 국유기업이 있으며, 이들이 기업 전체 순익의 43%를 차지한다. 시진핑-리커창 체제는 국유기업의 독점 체제에 대한 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국유기업을 관리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왕융 주임은 최근 “전력, 통신, 석유, 석유화학산업 개혁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이 분야에 시장의 진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과잉설비 문제가 심각한 철강이나 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서 민영화나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국유기업에 대한 회계 감사 강화로 부정부패를 줄이는 등의 조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기득권 구조에서 국유기업의 광범위한 이권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전·현직 지도부와 국유기업의 이권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중앙·지방 정부 모두 국유기업의 이익에 재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장리판 전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시진핑의 친구, 친척, 옛 급우들이 경영하는 국영기업들이 있고, 이 그룹이 시진핑의 정치 동력과 지지 기반의 일부다. 시진핑이 개혁할 의사가 있다면 이들의 이익을 희생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 공평·행복 시진핑 체제 출범을 앞두고 중국 정부는 곧 소득분배 개선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의 지니계수는 2007년 0.48을 기록해 위험수위인 0.4를 훨씬 넘었다. 이후 중국 당국이 지니계수를 새로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학자들은 이미 0.5에 근접한 것으로 추산한다.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0년대 말에는 0.3이었다.
소득분배 개선 정책에는 국유기업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대규모 보조금을 삭감하고, 국유기업의 이윤에서 국가에 내야할 분담금을 높여 이를 재원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국유기업 경영진에 대한 임금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의료·교육·주택 등 복지 확대를 통해 ‘행복’ 지수를 높이려는 정책도 추진된다. 중국 정부가 내수 중심의 균형잡힌 성장을 실현하고 ‘중등 소득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조처들이다. 주택부의 장웨이신 부장은 2013년 정부가 보조하는 저소득층용 주택 600만채를 건설할 것이라고 12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 정의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와 관련된 정치개혁은 최대의 난제다. 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정치개혁과 관련해 “고립되고 경직된 옛 길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깃발을 바꾸는 잘못된 길로 가지도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마오쩌둥 시대의 극좌노선으로 돌아가지 않고 개혁개방은 지속하겠지만, 헌정민주나 다당제 등 서방식 민주로 깃발을 바꾸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선언으로 정치개혁에 대한 보수적 입장이 반영돼 있다.
시진핑이 집권한 뒤에도 정치개혁은 공산당의 일당통치를 위협하지 않는 ‘안전한’ 분야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과도하게 비대해진 사법·공안 권력을 분산시키고, 사법부의 독립을 추진해 권력 감시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부정부패 해결 등에서 진전을 이루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격인 인민대표대회와 언론, 비정부기구(NGO)의 역할 강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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