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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격렬한 파벌투쟁끝 ‘보수파 득세’…장쩌민 영향력 재확인

등록 2012-11-15 19:24수정 2012-11-15 22:56

중국 지도부 1~5세대. (* 클릭하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시진핑 시대 개막
베일 벗은 중국 새 지도부
공청단 약진 애초 예상 뒤집고
태자당·상하이방이 압도적 우세
최종 승자는 장쩌민 전 주석
변화보다 과거 정책 지속 선택
기득권층 대변 우려 목소리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둥다팅에는 10년마다 특별한 무대가 마련된다.

새로 선출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당 서열에 따라 걸어 들어오는 순간, 중국인들은 자신들을 이끌 새 지도자들이 누구인지 처음 확인하게 된다. 선거가 아닌 파벌간 ‘밀실 협상’을 통해 지도부를 구성하는 관행 속에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지만, 진실은 이 순간 마침내 확인된다.

15일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오전 11시53분(현지시각) 예정 시간을 지나 한시간 가까이 기다리느라 지친 세계 각국의 취재진 앞에 나타난 중국 새 지도자 시진핑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신사, 숙녀, 친구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라는 첫 인사를 건넨 뒤 함께 들어선 새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을 한명씩 소개했다. 중국이 세계 양대 강국(G2)으로 부상하면서 이 비밀 인선의 결과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였다.

철저한 비밀주의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전날 해외에서 운영되는 중국어 뉴스사이트 <보쉰> <명경> 등이 보도한 그대로였다. 장쩌민 전 주석의 영향력과 보수파의 압도적 우세가 그대로 확인됐다. 파벌로는 공청단(리커창·류윈산), 태자당(시진핑·위정성·왕치산) 상하이방(장더장·장가오리)이 균형을 이룬 듯 보이지만, 장쩌민 전 주석이 후원한 태자당과 상하이방의 연합 세력이 5명이나 되는데다 공청단으로 분류되는 류윈산도 장쩌민 전 주석과 긴밀한 관계다.

올해 보시라이 스캔들로 촉발된 격렬한 파벌투쟁 속에 다양한 파벌, 이익집단, 원로들이 모두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결국 장쩌민 전 주석이 정치적 승자가 됐다. 올 초만 해도 공청단이 상당수 상무위원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결과는 완전 달랐다. 장 전 주석은 올해 내내 파격적인 공개 활동을 했고, 여름 베이다이허에서 열린 전·현직 지도부 회의에서는 후진타오-원자바오의 통치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비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과정에서 상무위원 인사에 대한 기존 합의는 뒤집어졌고, 유력 주자들이 밀려나기도 했다. 개혁적 정치가로 주목받던 리위안차오 공산당 조직부장과 왕양 광둥성 당서기는 보수파의 반발 끝에 이번 상무위원 무대에 서지 못했다. 장쩌민 전 주석과 리펑 전 총리 등 보수파 원로들은 왕양 서기의 지나치게 튀는 개혁정책을 우려했고, 리위안차오 부장이 천안문(톈안먼) 시위 당시 베이징시의 공청단 간부로서 시위 학생들에게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보스웨 교수는 “왕양과 리위안차오가 상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변화보다는 과거 정책의 지속을 더 중시하겠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현재 정치국위원 구성과 연령 등을 보면 5년 뒤에는 새로 상무위원이 된 5명이 모두 물러난다. 후진타오가 왕양, 리위안차오 등 공청단 출신의 비교적 젊은 후보들이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에 진입하는 것을 약속받았다는 관측도 있다. 차기 6세대 지도부에서도 공청단 출신 정치인들이 약진하고 있다.

보수파의 득세를 계기로 개혁보다는 기득권층의 이해를 대변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혁명원로와 고관들의 자제들로 이뤄진 태자당이 중국 정치·사회·경제 각 영역에서 강력한 특권계급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아울러 최근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이 거세지면서 ‘강한 군대‘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커져 시진핑이 군부 내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도 어렵다는 관측이다. 시진핑 부주석은 15일 첫 연설에서 일성으로 부정부패 척결과 민생은 강조했지만, 정치개혁은 언급하지 않았다. 시진핑 1기에서는 본격적인 정치개혁 대신 사법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세대 지도부’는 ‘7인 상무위원 체제’로 복귀했다. 상무위원은 덩샤오핑 시기에 5명이었다가 장쩌민 시대에는 7명으로 늘었고 후진타오 지도부에서는 9명으로 증원됐다. 장쩌민이 퇴임 후에도 후진타오를 견제할 목적으로 상무위원 수를 9명으로 늘려 상하이방 세력을 대거 포진시켰다는 분석이다. 태자당의 유력 정치인이던 보시라이가 낙마하면서 태자당의 인력풀이 축소되자 후진타오는 이를 계기로 합리적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는 명분으로 7인체제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쩌민은 자기 세력 인사들을 대거 진입시킴으로써 판을 뒤집었다. 결과적으로 상무위원 수가 줄어들면서 시진핑은 집단지도체제에서 상대적으로 큰 운신의 폭을 갖게 됐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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