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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후진타오 깨끗한 은퇴…“원로정치 타파” 쐐기

등록 2012-11-15 19:58수정 2012-11-16 08:39

당·군 권력 처음으로 동시 이양
“군사위 주석 퇴임시기 예외 안돼”
당 지도부 회의서 합의 이뤄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시진핑에게 당과 군의 권력을 한꺼번에 물려준 것은 20여년 전 덩샤오핑에 의해 지금의 권력이양 체제가 확립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후 주석이 고심 끝에 선택한 승부수이자, 장쩌민과 시진핑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중요한 유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이 ‘퇴임 뒤에도 공산당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할 것인가’는 이번 중국 권력교체의 최대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였다. 장쩌민이 ‘태상왕’으로 군림해온 상황에서, 후진타오도 2년 동안 더 군사위 주석을 유지한 채 시진핑 체제의 주요 군사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기 파벌 세력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돼왔다. 이와 관련해 치열한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계속 흘러나왔다.

그러나 후진타오는 완전한 은퇴를 선택함으로써 전임 지도자들의 나쁜 관례를 깼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종신 권력이었던 마오쩌둥 시기는 물론, 1989년 이후 덩샤오핑이 권력이양 체제를 만든 뒤에도 최고 지도자는 군 권력을 쉽게 놓지 않았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격언은 중국 정치의 불문율이었다.

덩샤오핑도 당·정의 타이틀을 넘겨준 뒤 2년 동안 군권을 유지했다. 혁명원로이자 군지도자였던 그는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죽기 전까지 군대 안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2002~2003년 후진타오에게 총서기와 국가주석직을 물려준 장쩌민도 중앙군사위 주석 승계는 2년 동안 미뤘다.

후 주석은 우선 장쩌민 등 원로들을 겨냥해 더이상 정치간섭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최근 당 지도부 내부 회의에서 후진타오가 “퇴임 뒤에는 절대로 정치에 간여하지 말아야 하며, 군사위 주석을 포함해 어떤 자리도 퇴임 시기를 연장하는 예외를 인정하면 안 된다”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고, 지도부에서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후진타오는 자신의 완전한 퇴임을 통해 장기 ‘수렴청정’중인 장쩌민의 당내 영향력을 줄이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시진핑에게도 완전한 은퇴라는 새로운 규범을 남긴 셈이다.

후진타오는 이를 통해 과도한 정치간섭 관행을 끊은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정치적 유산을 남기게 됐을 뿐만 아니라, 역설적으로 이를 통해 시진핑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했다는 해석도 있다. 시진핑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시진핑도 후진타오에게 그만큼 ‘정치적 빚’을 진 셈이다.

후진타오는 군과 정치권의 인맥을 통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단행된 군부 인사에서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인민해방군 4총부(총참모부, 총정치부, 총후근부, 총장비부) 사령관에 후진타오와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중국 정치권 내부소식통들은 후 주석이 최근 군부 내 측근들을 핵심 보직에 승진시킨 만큼 이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중앙군사위를 떠날 수 있다고 전했다.

후 주석의 퇴임 뒤 서열도 중요한 변수다. 전임자인 장쩌민 전 주석은 퇴임 뒤에도 당·국가 행사에서 항상 후 주석에 이어 입장해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당 서열 2위 자리를 차지해왔다. 전문가들은 후 주석의 퇴임 뒤 서열이 장쩌민보다 앞서기는 어렵다고 본다. 시진핑과 장쩌민에 이은 서열 3위로서, 시진핑 체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후 주석이 시진핑과 장쩌민, 그리고 나머지 정치국 상무위원들에 이어 9번째 서열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에도 후 주석이 완전히 무대에서 퇴장하는 것은 아니며, 원로로서 중요한 자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3월 전인대에서 후 주석이 국가주석직을 마지막으로 시진핑에게 물려주고 퇴임하기 전까지 4, 5세대 지도부가 ‘동거’하면서 인계인수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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