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가 이끄는 5세대 체제로 바뀌었지만,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중국이 집단지도체제의 합의를 중시하는 시스템인데다, 4세대 지도부에 시 총서기와 총리 내정자인 리커창 상무위원이 이미 참여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국내 경제발전과 안정을 위한 대외 환경 조성에 외교정책의 초점을 맞춰왔다.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서도 실질적인 경제 교류를 확대하면서, 중국의 경제발전과 안정을 해칠 이 지역의 불안정을 막는 데 정책 우선순위를 둬 왔다. 한-중 경제협력은 앞으로도 확대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말 기준으로 두 나라의 무역규모는 2456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체결되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번 지도부는 지방의 행정 책임자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현장에서 직접 이끌었던 세대”라며 “한-중 실질 경제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잘 아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안보 분야를 보면,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주변 정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치·안보 분야의 굴절은 자칫 경제협력 분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한-중 관계에서 주의 깊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먼저 꼽히는 변수는 미-중 관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오스트레일리아 의회에서 “미군 임무의 최우선 순위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두겠다”며 ‘아시아 회귀’ 정책을 선언한 이후, 중국은 미국의 정책적 의도에 의구심을 보이며 반발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이후 동남아시아, 특히 미얀마를 첫 외국 방문지로 선택해 미국의 아시아 중시가 강화될 것임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미-중 대립이 격화하면 한국이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면, 안보는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중이 경제적으로 서로 필요한 관계이기 때문에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협력과 긴장이 병행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관계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변수다. 중국은 2008~2009년에 걸쳐 전통적인 북-중 우호관계를 복원한 뒤 북한의 예기치 않은 불안정이나 급변사태 등을 예방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해왔다. 중국은 실제 대북 봉쇄에 매달리는 이명박 정부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중국의 태도는 시진핑 시대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진핑 총서기가 2008년 3월 상무위원에 진입한 뒤 평양을 방문해 “북-중 선린우호 관계는 두 나라의 재산”이라고 말한 대목은 시사적이다. 원동욱 동아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차기 정부가 남북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한-중 관계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중 관계와 관련해선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 시기 등이 관심을 모은다. 중국이 내년 초 정부 인선까지 마치면, 김 제1비서와 시진핑 총서기 등 중국 새 지도부의 회동 시기와 방식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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