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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 인권운동가들-류샤오보 부인
가택연금 뚫고 ‘극적인 3분 만남’

등록 2013-01-01 20:26수정 2013-01-01 21:23

지난달 28일 류의 57번째 생일날
후자 등 ‘친구들’ 아파트로 진입
노벨상 135명의 ‘안부편지’ 전달
유튜브에 해후장면 동영상 올라
“류샤, 절망 견디려 스스로 단속”
12월28일 밤. 다섯명의 사람들이 어둠과 추위를 가로질러 중국 베이징 위위안탄남로의 한 아파트 현관문에 다가섰다.

그들은 문을 막아선 보안요원과 “여기 왜 왔느냐” “당신이야말로 왜 여기 있느냐”고 퉁명스런 말을 주고받는다. 이들은 이어 “우린 사람을 찾으러 왔다. 류샤를 찾으러 왔다”고 내뱉는다. 경비원이 “뭐? 류샤라고? 안 돼, 안 돼”라고 고개 젓는 순간, 아파트 현관문이 안에서 빼꼼히 열린다. 이들은 틈을 놓치지 않는다. 요원을 제치고 아파트 안으로 들이닥친다. 류샤는 이들을 다급히 아파트 안으로 들인 뒤 문을 닫아건다. 기쁨과 걱정, 불안이 교차한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오랜 친구 쉬유위를 끌어안은 채 수차례 귓속말을 한다. 그는 두 손을 모아 말했다. “와줘서 고맙다.”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들이 삼엄한 경비를 뚫고 중국 반체제 인사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와 극적으로 만났다. 쉬유위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의 탈출을 도운 인권운동가 후자 등 류샤오보 부부의 친구들은 몇 달 전부터 류샤오보의 57번째 생일인 이날을 노려 아파트에 진입할 계획을 세웠다. 후자는 아파트 진입부터 3분여의 짧은 해후를 담은 4분12초 분량의 동영상(http://www.youtube.com/watch?v=1Dl_hVH9Ky8)을 유튜브에 올렸다. 동영상은 “시간이 없다. 요원들에게 잡혀 고초를 치르기 전에 서둘러 떠나라”는 류샤의 다급한 당부와 보안요원들의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로 끝을 맺는다.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는 2008년 세계인권선언 60돌을 맞아 공산당 일당 독재 철폐, 종교·집회·결사의 자유보장 등을 담은 ‘08헌장’을 발표한 뒤 국가 전복 혐의 등으로 체포돼 11년형을 받고 4년째 복역중이다. 화가이자 사진작가인 그의 부인 류샤 역시 2년2개월째 가택연금중이다. 그는 인터넷이나 전화 등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채 주말에만 장보기와 부모 방문 등이 허락된다.

류샤는 지난달 초 경비가 소홀한 틈을 타 이뤄진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감금 생활이 2년이 넘을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이날 류샤에게 아웅산 수치를 비롯한 노벨상 수상자 135명이 보낸 안부 편지를 전했다. 류샤는 “건강은 최근 나아졌다. 하지만 당국이 나와 가족을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 상황이 절망적이다”라고 동료들에게 전했다. 후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간 하고 싶었던 수천마디 말이 눈물과 울음에 잠겨 차마 나오지 않았다”며 “류샤가 예술창작과 독서 등으로 연금생활을 견디고 있다. 절망에 무너질까봐 스스로를 단속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쉬유위와 후자 등은 3분여의 짧은 만남 뒤 보안요원에게 잡혔지만 15분가량의 간단한 조사 뒤 풀려났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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